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박병호는 2~3번 타자보다 4번 타자가 어울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박병호를 2~3번 타순에 배치하려고 했다. 실제 시범경기서 2~3번 타자로 두루 테스트했고, 페넌트레이스 개막 이후에도 4월 24일 고척 두산전까지 단 2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3번 타자로 내보냈다.
장 감독이 4번 타자에 익숙한 박병호를 2번 혹은 3번으로 앞당기려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팀에서 가장 잘 치는 간판타자를 한 번이라도 타석에 더 들어서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서 홈런생산 및 클러치능력이 가장 좋은 강타자를 3~4번이 아닌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건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박병호가 2번 타자로 자리 잡으면, 김하성과 제리 샌즈를 3~4번에 배치해 시너지를 내려고 했다. 5번은 장영석, 서건창 등이 돌아가며 맡으면 된다고 봤다. 하지만, 장 감독은 박병호 2번 카드를 일찌감치 접었다.
박병호가 2번 타순에서도 4번 타자처럼 치길 바랐다. 그러나 약간 소극적인 모습이 있었고,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3번에 넣었다. 김하성이 2번으로 올라갔고, 샌즈가 4번을 맡았다. 이 그림도 괜찮았다. 김하성이 허리 근육통으로 공백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많은 안타를 치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샌즈는 홈런생산력이 썩 좋지 않다. 그러나 클러치 능력은 여전했다.
그런데 3번 박병호의 페이스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롯데와의 개막 2연전서 9타수 5안타를 기록한 뒤, 3번 타순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건 단 세 차례였다. 4월 19~20일 잠실 LG전서 10타수 5안타로 호조를 보인 뒤 이후 3경기서(21일 잠실 LG전, 23~24일 고척 두산전) 11타수 무안타로 갑자기 침묵했다.
그러자 장 감독은 4월 25일 고척 두산전부터 박병호를 다시 4번에 배치했다. 3월 30~31일 고척 SK전 이후 약 1달만의 4번 복귀였다. 당시에는 곧바로 3번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4번에 복귀한 박병호의 타격 페이스가 상당히 좋다.
4번 복귀전부터 4일 고척 삼성전까지 37타수 19안타 타율 0.514 4홈런 12타점. 4일 경기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음에도 여전히 페이스는 괜찮다. 굳이 박병호의 타순을 다시 3번으로 올릴 이유가 없는 상황. 장 감독은 어느 타순이든 박병호답게 치길 바랐지만, 역시 박병호에겐 2~3번보다 4번이 어울린다. 3번 타율 0.288 2홈런 9타점, 4번 타율 0.467 5홈런 14타점.
올 시즌 박병호는 예전보다 몸쪽 공략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왼발을 약간 열어놓고 타격한다. 실전이 쌓이면서 완성도를 올리는 과정이다. 약간의 기술적 변화가 있는 상황서, 익숙한 타순은 심리적인 편안함을 유도한다.
박병호 대신 3번 타순에 들어간 샌즈의 페이스도 괜찮다. 4월 26일 고척 KIA전부터 4일 고척 삼성전까지 8경기 연속 3번 타자로 나섰다. 35타수 11안타 타율 0.314 2홈런 7타점. 장영석이 5번 타순에서 꾸준히 타점을 생산하면서 상위타순의 전반적인 흐름도 좋다. 결국 장 감독이 샌즈~박병호~장영석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흔들 이유가 없다.
샌즈는 "3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상대 투수들이 감 좋은 박병호를 상대하기보다 나와 승부할 것이라 생각했고, 집중력을 높여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박병호가 라인업에 있는 것 자체가 나뿐 아니라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샌즈도 3번 타순에 만족한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누구든 페이스가 떨어지면, 다시 박병호가 3번으로 올라오고 샌즈가 다른 타순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다만, 장 감독이 자신의 시즌 초 구상을 접고 박병호를 다시 4번에 배치한 건 지금까지는 대성공이다.
[박병호(위), 박병호와 샌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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