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 휴식을 줘야 한다."
올 시즌 키움 선발진의 운용방식은 독특하다. 세 명의 국내투수(최원태, 안우진, 이승호)에게 의도적으로 열흘간 휴식을 부여한다. 안우진과 이승호는 전반기 한 차례, 최원태는 전반기에 두 차례 휴식기를 갖는다.
최원태는 지난 2년간 부상 이슈가 있었다. 장정석 감독은 "작년에 부상이 있었고, 올해는 시즌을 완주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전반기 두 차례 휴식 부여를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매 경기 약 6이닝만 소화한다. 실제 10경기 중 단 2경기만 6이닝 이상 소화했다.
안우진과 이승호는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뛴다. 아무래도 에너지를 안배하는 노하우가 부족하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최원태만 휴식을 주려고 했는데 트레이닝 코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승호와 안우진에게도 한 차례 휴식을 주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사실 전반기에 주축 멤버들의 에너지가 그렇게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장 감독은 "지금 휴식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후반기는 진정한 승부의 시기이기 때문. 9~10월을 내다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도 부인하지 않았다.
전반기에 주축 토종 선발 3인방을 체력적으로 무리시키지 않으면서, 후반기 순위다툼과 포스트시즌까지 겨냥한 포석이다. 유일하게 두 차례 휴식을 취하는 최원태의 경우 장기적 차원에서 팔꿈치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전반기 막판 다시 한번 열흘 휴식을 갖는다)
또 하나. 토종 3인방에게 휴식을 줘도 선발로테이션 운용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게 눈에 띈다. 장정석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대체 선발로 김동준과 김선기를 준비시켰다. 이미 그때부터 최원태의 전반기 2회 휴식을 고려했다. 김선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동준이 대체 선발을 맡았다.
김동준은 제이크 브리검이 시즌 초반 어깨 무거움 증상, 최근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대체 선발로 나섰다. 브리검과 이승호가 동시에 이탈하자 조영건이 한 차례 선발 등판한 걸 빼면, 기존 선발진에서 휴식 및 부상으로 구멍이 생길 때마다 대신 선발 등판했다. 이미 네 차례 맡았다. 안우진의 순번인 내달 2일 광주 KIA전서 다시 선발 등판한다.
김동준은 평상시에는 롱릴리프로 나선다. 선발 등판 이후에는 최소 4일의 휴식을 부여한다. 장 감독은 일전에 "사실 김동준이 우리 팀에서 가장 피로도가 높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선발로 2승2패 평균자책점 5.42. 아주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퀄리티스타트도 한 차례 수립했다. 결국 키움의 현재 선발진 운용은 5선발+1, 즉 변형 6선발이라고 봐야 한다.
6선발은 선발투수 개개인이 주당 1경기만 등판한다. 그러나 이 루틴을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투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4~5선발도 안정적이지 않은 팀이 많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6선발 실험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끌고 간 팀은 없었다. 효율성이 떨어졌다.
키움도 기본적으로 5선발 체제다. 기존 5선발 중 한 명이라도 휴식하지 않는 한 김동준은 불펜투수다. 다만, 기존 선발투수의 계획된 휴식 혹은 브리검처럼 갑작스러운 부상 이슈가 발생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언제든 김동준이 선발 등판할 수 있다. 불펜 롱릴리프 역할은 김성민 등 다른 투수가 맡을 수도 있다. (물론 토종 3인방의 에너지 안배가 후반기에 어떤 결과를 부를지 지켜봐야 한다)
키움이 변형 6선발의 좋은 예시를 선보였다. 현대야구의 절대적인 키워드와도 같은 휴식 및 관리야구의 결정체다.
[안우진(위), 김동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