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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로캣맨’에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엘튼 존(태런 에저튼)이 미국 LA 공연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 슬로우 모션으로 엘튼 존의 두 다리가 공중으로 올라간다. 신나고 흥겨운 감정이 최고조에 달할 무렵, 템포를 조절하며 극적인 순간에 더욱 생생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로켓맨’은 모두를 들뜨게 하는 록 뮤지컬의 힘찬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 잡는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독보적인 노래로 세상을 뒤흔들며 대중을 열광시킨 엘튼 존은 연이은 히트곡 발매와 환상적인 무대 퍼포먼스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다. 화려한 패션감각까지 뽐내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군림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상처로 괴로워한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그는 점점 알코울과 마약 중독으로 극한에 내몰린다.
‘빌리 엘리어트’의 각본가 리 홀은 이 영화에서도 소년 시절의 상처와 꿈의 관계를 흥미롭게 변주해내는 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 빌리(제이미 벨)는 권투를 배우며 강한 남자로 성장하기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과 달리, 발레리노의 꿈을 키웠다. 엘튼 존 역시 냉정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면서 아픔을 겪고 음악적 재능을 꽃피운다. 그는 소년이 고통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테마를 영화에 녹여낸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후반 촬영과 작업을 매끄럽게 소화했던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리 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엘튼 존의 주옥같은 명곡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록 뮤지컬의 흥겨운 감흥을 끌어 올린다. 극 초반부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이 흐를 때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관객의 흥분지수를 높인다. ‘Crocodile Rock’ ‘Rocket Man’ ‘Your Song’ 등이 엘튼 존 인생의 고비마다 등장하며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린다.
태런 에저튼은 노래부터 춤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각종 중독에 빠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엘튼 존 삶의 드라마를 빼어나게 연기했다. 엘튼 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탁월한 보컬 실력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젊은 시절부터 엘튼 존 노래의 가사를 쓴 친구 버니 토핀 역을 맡은 제이미 벨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마치 연인처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고 싸우고 오해하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이 때론 뭉클하게 다가온다.
엘튼 존의 명곡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그가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있는 전설’이 됐는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록 뮤지컬의 감흥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로켓맨’은 만족감을 줄 것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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