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성민 배우는 생각했던 그 이상을 해요. 이상한 마력이 있는 분이에요."
영화 '방황하는 칼날'(2013)의 이정호 감독이 '비스트'(배급 NEW)로 돌아왔다. '방황하는 칼날'이 상현(정재영)과 억관(이성민) 두 캐릭터의 심리전을 치밀하게 그렸다면, '비스트'는 이에 더 나아가 차갑고 서늘한 두 형사의 심리싸움을 더욱 내밀하게 그려냈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다. '비스트'는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두 인물의 심리전이라는 모티브를 가져왔고 그 이후의 과정들은 이정호 감독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배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 등 출연 배우들은 이정호 감독에 대해, 입을 모아 "집요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이정호 감독은 하나에 깊게 파고들었고 '비스트' 속 한수(이성민)와 민태(유재명)의 심리전에 집중했다. 기존의 상업영화들이 액션씬에 힘을 준다면, '비스트'는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거듭된 선택 속 달라지는 심리 변화와 관계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 영화 시작한지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하나를 하면 집착하는 편이라서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치열하게 촬영하고 끊임없이 배우들과 이야기를 했어요. 시나리오 쓸 때는 촬영장에서 후회하지 않게, 촬영장에서는 편집실에서 후회하지 않게끔 하려고 해요. 그러니 공개하려고 하는 날은 떨려요. 모든 스태프들이 좋아해주시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드라마이고 재미있게 작업을 했어요."
이성민이 맡은 한수 캐릭터는 잘못된 선택으로 점차 통제력을 잃어가는 인물이다. 이성민은 실핏줄까지 터지는 열연을 보여줬고, 앞서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이정호 감독이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수는 본인의 통제력을 잃어가는 사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고 떨리는 것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수많은 범죄자를 만나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에 대한. 잡다보니 범죄자처럼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처럼 그려졌어요. 모든 사람은 내재돼있는 '짐승' 한 마리씩은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튀어나왔을 때 짐승이 되는 거고. 살인범이나 범죄자는 그 선을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정호 감독은 이성민에 대해 대단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제는 서로 깊이있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척척 호흡이 맞는 사이다. 그는 이성민을 가리켜 "이상한 마력이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저와 이성민 배우는 한수와 춘배 같은 관계예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배우이고 팬이에요. 세 작품째 함께 하고 있으니까 동반자 같은 느낌이 있어요. 조연출 때의 작품으로 처음 만나서 '방황하는 칼날'과 '비스트'까지 세 작품 째인데, 예전에는 굉장히 수줍고 낯도 많이 가리고 안으로 들어가있는 부끄러움 많이 타는 분이었는데 어느 순간 만나뵈니까 에너지가 달라졌어요. 주연을 하고 나니 그냥 장난이 아니구나, 주연으로서 갖게 되는 책임, 의무감을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들이나 스태프 분들에게 많이 열고 다가가세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하세요."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의 '비스트'가 있듯이 집요하게 작품에 파고드는 이정호 감독에게는 한수와 민태, 두 캐릭터가 공존한다. 그는 스스로 "두 캐릭터가 다 내 안에 있다"라고 말했다.
"한수는 어떤 일에 집착을 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선택을 하잖아요. 수렁에 빠지고요. 잘못된 선택을 뉘우치지 않고 '내가 해결할 수 있어'라고 하잖아요. 아내에게도 당신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라고 하는 부분들이 자기 합리화 같은 거예요. 자기가 틀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버티고 우기지만 결국 무너지죠. 민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하는데 약간 배제된 캐릭터예요. 승진하려고 승진 시험도 열심히 준비했다는데 뒷방으로 내몰린 거잖아요. 위기에 처했을 때 변해가는 모습들, 민태의 열등감도 저에게 있는 모습이에요."
오랜만에 작품을 하는 이정호 감독에게 '비스트'의 목표를 물었다. 특히 기존 상업영화의 화려함과는 달리, 어딘가 서늘하고 차가운 심리전이 주가 되는 영화인 터라 관객들의 반응과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감독으로서 책임감이 있으니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싶죠. 요즘에 한국영화를 보면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 중에서도 저는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관객 분들이 어떤 기대를 하고 오더라도 서스펜스도 있고 스릴러적인 장면도 있지만 밑바닥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깔려있어요. 두 형사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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