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보니까 머리 아프던데요."
현대야구를 관통하는 트렌드가 된 '불펜데이'와 '오프너'. 최근 KBO리그에도 간혹 불펜데이를 하는 팀이 있다. 키움은 7일 고척 롯데전서 우완 사이드암 양현을 오프너로 냈다. 이승호의 빈 자리를 메울 마땅한 임시선발이 없었다.
양현은 공 28개로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뒤이어 이보근(⅔이닝 무실점)~김성민(1⅓이닝 무실점)~한현희(1이닝 2실점)~이영준(1이닝 무실점)~김상수(1이닝 무실점)~오주원(1이닝 무실점)을 차례로 투입, 승리를 낚았다.
메이저리그에선 대체 선발투수가 있음에도 기존 선발투수에게 휴식일을 더 주고,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전략적인 오프너를 내세우기도 한다. 최지만이 소속된 탬파베이가 작년부터 심심찮게 주도해왔다. 전통적인 5선발 로테이션, 선발투수가 5~6이닝 이상 소화하는 개념을 비틀었다.
장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팀 사정에 따라 다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윙맨으로 시즌을 준비한)김동준(손가락 부상)과 김선기(어깨 통증)가 있으면 달랐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불펜데이를 했다. 해보니까 머리 아프더라"고 돌아봤다.
감독에게 가장 까다로운 게 투수교체다. 하물며 불펜데이라는 특수한 날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양현이 예상 외로 투구수를 아끼며 잘 던졌다. 장 감독은 "양현이 공 30개로 2이닝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투구를 보면서 3회까지 맡기기로 했다. 그 이후 윤영삼, 이보근. 김성민에겐 최대 2이닝을 맡기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선발투수 강판 시점을 빠르게 잡아야 하니 초반부터 마운드 운용에 더 많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장 감독으로선 양현이 예상보다 잘 던져서 더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는 "공격에 너무 신경을 쓰지 못했다. 경기 전 구상한 작전도 있었는데 투수 운용 때문에 놓친 부분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선발이 약하니 공격 위주의 라인업을 짰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운드 운용 때문에 공격에 신경을 덜 쓰고 말았다.
오히려 장 감독은 불펜데이를 하면서 6이닝 내외를 안정적으로 막는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는 "선발이 6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지고 불펜이 나머지 이닝을 막아주는 게 역시 제일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O에 불펜데이가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팀 사정"이라는 전제를 깔면서 "(좋은 선발투수가 있다면) 굳이 할 팀이 있을까요?"라고 웃었다.
강력한 불펜투수를 대량으로 보유한 팀은 전략적인 불펜데이도 해볼 만하다. 그러나 10개 구단 공히 '쓸만한 투수 부족'을 외치는 사정상 쉽지 않다. 앞으로도 불펜데이는 키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간혹 볼 수 있을 듯하다.
키움은 13일 인천 SK전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 이승호의 빈 자리다. 그러나 10일 수원 KT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안우진 대신 선발진에 임시 합류한 신재영이 11일에 나선다. 현 시점에선 10일 등판이 취소된 최원태가 SK와의 3연전 중 한 경기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승호의 빈 자리도 메우고, 불펜데이도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장정석 감독(위), 장정석 감독과 키움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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