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어느날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손바닥에 생긴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는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티칸의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자신의 상처 난 손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용후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의 존재를 알게되고, 강력한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을 찾아나선 안신부와 함께 길을 떠난다.
‘청년경찰’에서도 알 수 있듯, 김주환 감독 영화의 기본 바탕은 ‘사랑’이다.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러 나선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었다. 구원을 바라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테마가 김주환 영화의 중심이다. ‘사자’에서도 용후와 안신부는 악의 세력에 포섭당한 이웃을 하나 둘씩 구해내고, 마지막에 이르러 악의 중심부와 정면 대결을 펼친다.
‘사자’는 강렬한 엑소시즘과 뜨거운 액션 히어로의 파워풀한 시너지로 끓어 오른다. 지신이 선량한 타인에게 불어넣은 악의 힘은 후반부로 갈수록 세지고, 안신부의 구마 의식도 그에 대응해 강도를 높여나간다. 안신부의 구마가방, 묵주 반지, 은제 숯 케이스와 성수병 등이 지신의 까마귀 반지와 뱀 송곳니와 부딪히며 발생하는 선과 악의 파열음은 엑소시즘 장르의 스릴과 쾌감을 실감나게 전한다.
용후를 격투기 챔피언으로 설정한 것은 강력한 파워를 갖춘 지신과 대등하게 대결시키기 위한 설정이다. 특히 후반부 떼로 몰려드는 악의 무리에 맞서 용후가 벌이는 결투는 액션 히어로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용후의 ‘불’과 지신의 ‘물’이 파워풀하게 만나는 후반부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판타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오컬트의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특성을 그럴듯하게 살려낸 점도 인상적이다.
박서준과 안성기의 위트 있는 연기는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흐르는 영화에 숨통을 틔워준다. 짜장면의 비닐을 벗겨내는 모습부터 맥주 안주로 단무지를 먹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심어놓은 유머스러운 장치로 웃음을 유발한다. 코믹 감각은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특기 중 하나다. 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남자가 악과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는 버디무비의 호흡을 엑소시즘 장르에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사자’의 정서적인 울림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식을 무한하게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안신부는 용후의 유사 아버지다. 어떤 관객은 ‘사자’를 보며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신을 묵묵하게 응원하는 아버지를 떠올릴 것이다.
‘사자’는 신의 명을 받은 자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버지를 마음에 품은 아들의 영화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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