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지역축제 롤 모델
KTX 출발도 지연시킨 알짜배기 축제
지난 5월 25일 (토) 곡성역에 정차한 용산발 여수행 KTX가 출발시각을 한참 넘겨서 곡성역을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곡성 장미축제장 방문을 위해 곡성을 찾은 여행객들이 한꺼번에 내리느라 열차 출발 시각이 지연된 것이라고 하는데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축제 열중에 절반은 관람객이 적어 울상을 짓는 판이다. 쏟아 붓는 예산 비해 소득이 적다 보니 주민들 불만과 원성이 자자한 곳도 많다. 그런데 인구 3만여명에 불과한 곡성군(유근기 군수)이 고속철도까지 붙잡아 둘만큼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올해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지난 5월 17일부터 5월 26일까지 10일 간 진행됐다. 장미축제, 연꽃축제, 매화축제, 벚꽃축제, 산수유축제 등 자연을 콘텐츠로 한 축제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반토막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5월17일 곡성 세계장미축제 개막일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축제 첫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걱정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밤 기온까지 낮았다. 그러다보니 축제의 주인공인 장미꽃이 절반 밖에 피지 않았다. 이렇게 하늘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시작한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다행히도 뒷심을 받았고, 전국 최고 흑자 축제라는 명성을 얻었다.
우리가 흔히 뭔가를 다짐할 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이 말은 축제에도 딱 맞는 말이다. 개막 첫 주 날씨는 비록 도와주지 않았지만 축제 관계자와 곡성군. 곡성 군민은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날씨로 인한 악조건을 탓 하지 않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정진할 수 있었던 건 축제 이후의 부가가치를 믿었기 때문이었을 터, 짐작한 대로 비가 그치자 일일 방문객 수는 작년 수준을 상회했고, 10일 간 총 22만 6471명을 기록했다. 인구 3만여명의 작은 도시에 하루 평균 2만이 넘는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았으니 곡성 장미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 매김 되었다고 봐도 좋다.
황홀한 경험 2019 골든로즈 파티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시선에서 보자면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지역 축제의 롤 모델이다. 축제관계자, 지자체, 군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하는 축제이기에 단연코 롤 모델이라는 명성을 부여할 수 있다. 10년 넘게 지역축제 총감독을 하면서 흑자가 난 축제도 많았지만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적도 있다. 리스크가 발생하면 바둑이 끝난 뒤 복기를 하듯 축제 진행과정을 처음부터 곱씹어 보는데 이유는 딱 하나.
배는 한척인데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총감독이 축제 지휘봉을 잡으면 먼저 컨셉을 잡고, 컨셉에 맞는 컨텐츠를 만들어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그런 다음 주어진 예산을 알뜰살뜰 나누어 최고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처음 기획한 컨셉과 주제를 흩트리지 않는 것.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여기저기서 오더가 들어오면 맨 처음 세워놓은 컨셉은 흔들리고 심할 경우 축제의 의미마저 희석된다.
지역축제 총감독의 연출력이 이런 부분에서 판가름 나는데 ‘2019 곡성 세계 장미축제’는 총감독의 역량과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군민의 협조가 어우러져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것이다.
전국 최다품종의 장미원에서 펼쳐지는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명불허전이었다.
‘골든로즈’를 주제로 개막 첫날인 5월 17일 식전 행사는 로즈걸스의 힐링난타와 드림뮤직 팝페라, 로즈난타가 흥을 돋웠다. 개막식은 진시몬, 강유정, 최유나, 육중완 밴드가 장식했고, 18일 이?날에는 인기그룹 코요태가 로즈런 공연을 펼쳤다. 또 19일 셋째날에는 게릴라 뮤지컬과 라비앙 로즈 재즈 뮤직 페스티발이 관광객을 매료 시켰다. 이어 펼쳐진 장미 음악 콘서트는 임병수와 김민교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20일에는 7080로즈 음악회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국내 최대 품종을 보유한 장미원에 펼쳐진 골든로즈의 향연, 곡성세계 장미축제 입장료는 어른이나 아이 구분 없이 5천원씩을 받았다. 입장료 가운데 2천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줘 지역 경제 활성화에 톡톡히 기여를 해, 지역 주민을 벌써부터 내년 축제를 기대하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산과 강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곡성
전남 곡성의 대표 축제인 제9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끝난 후에도 전남 곡성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남 곡성은 우리나라에서 물길이 가장 아름답다는 섬진강과 보성강을 거느리고 있다. 전북 순창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곡성에 다다르면 제법 물길이 굵어진다. 섬진강은 남북한 합쳐 9번째로 긴 강이다. 옛 문헌을 뒤져보면, 섬진강을 부르는 명칭이 지역마다 달랐다. 곡성에서는 압록강(鴨綠江), 구례에서는 잔수강(潺水江), 광양에서는 '섬진강(蟾津江)으로 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섬진강 상류 지역에 속한 곡성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에게 아주 골치 아픈 지역이었다고 한다. 1910년 한일병탄조약(韓日倂呑條約)에 의해 나라를 잃게 되자, 이를 분개하여 자결하는 사람이 많아 조선 사람에게는 절개 높은 고장이라 칭송받고, 일제에게는 없애버려야 할 고장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1914년 일제강점기에 동네를 쪼개고 덤으로 주면서 여러번 통.폐합 과정을 겪다가 지금의 곡성군이 되었다.
조선시대 지리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는 “드넓은 평야는 없지만 농사를 짓고 사는 데는 그리 어려움은 없다”고 나와 있다. 산과 골짜기가 많긴 하지만 섬진강이 흐르고 있어 농사짓는데 어려움은 없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된다.
또 곡성은 섬진강 뿐 아니라 아름다운 보성강도 품고 있다. 곡성 압록은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로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쳐지는 곳이라 하여 압록을 ‘합록’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예나 이제나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어 사시사철 찾아 온 관광객에게 멋진 추억을 안겨주는 곡성 압록은 3만 여 평의 드넓은 백사장을 지니고 있다.
압록을 흐르는 강은 물이 낮고 잔잔한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이면 어망으로 고기를 잡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은어와 참게가 길손을 즐겁게 해준다. 곡성의 특산물 중 하나인 은어는 ‘물속의 귀족’이라고 불린다. 곡성 압록유원지 주변에는 은어와 참게 요리 식당들이 많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수박향 나는 은어는 회, 구이, 찌개, 튀김 등 요리법이 다양한데 곡성 장미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곳 또한 놓치지 않고 즐기고 있으니 ‘곡성 세계장미축제’의 가성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다.
장미꽃 축제 + 섬진강 기차 마을 = 신의 한 수
산골오지 벽촌이었던 곡성의 변화는 참으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섬진강 기차 마을이 그렇다. 퇴역한 객차를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용도로 숙박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 모았고, 기차 창문을 열면 수백만 송이 장미 밭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경관 조성을 해놓았다. 아름다운 풍경 위로 기차가 뽐을 내고 달리고 기차마을 꽃길을 순회하는 레일바이크는 환상 그 자체다. 기차 마을 주변에는 퇴역한 증기기관차에서부터 디젤기관차, 새마을호와 KTX열차까지 대기 하고 있으니 가족단위 여행지로 최고가 아닐 수 없다. 기차마을은 근대문화유산 건물로 지정되어 1933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섬진강 기차 마을에서 가정역까지 20km를 칙칙폭폭 하는 증기기관차가 달리고 직접 승차 할 수 있어 추억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5월에 끝났지만 장미축제와 연계된 갖가지 콘텐츠는 여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올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입장료 수입만 총 13억 1800만원에 달했다. 축제장인 기차마을 내 각종 부대시설과 상점의 매출, 거기에 축제장 인근의 상가들의 수익까지 환산한다면 수백억의 경제 효과가 나타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3만의 작은 시골마을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미의 고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한 가지 모습만 고집하지 않는 유연성에 있다. 곡성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하게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사고의 유연성,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을 전라남도 곡성에 대입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딱 맞는다. 올 해 골든로즈를 주제로 삼았던 곡성 세계장미 축제가 내년 10회 때는 어떤 컨셉을 들고 나올 지 벌써부터 큰 기대가 된다.
필자 소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2019 귀주대접1000주년 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 kcs6009@hanmail.net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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