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1919년 3·1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무장항쟁이 활발해진다.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에 돌입하고, 독립군은 전력의 열세를 이겨내기 위해 봉오동 지형을 활용하기로 결정한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의 해철(유해진),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장하(류준열), 해철의 오른팔이자 날쌘 저격수 병구(조우진)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한다.
‘봉오동전투’는 액션의 스케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묵직한 감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비장미를 품고 폭발한다. ‘세븐 데이즈’의 스릴러, ‘용의자’의 액션에서 알 수 있듯 원신연 감독은 언제나 빼어난 스타일로 스크린을 움켜쥔다. ‘봉오동전투’ 역시 숨 막히는 추격전과 화끈한 액션을 박력 있게 밀어붙이며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영화의 액션 콘셉트는 분노와 포효일 것이다.
감정이 극에 달한 유해진이 항일대도를 들고 적군을 향해 돌진하는 액션신은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이다. 큰 칼을 가볍게 휘두르며 재빠른 몸놀림으로 일본군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액션 쾌감을 실감나게 구현한다. 들판과 골짜기, 빽빽한 숲 속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펼쳐지는 기동전 역시 리얼하게 살려냈다. 적을 유인해야하는 작전의 특성상 숨 가쁘게 달리는 액션은 관객의 숨을 차오르게 할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이 영화에서 유해진은 폭주한다. 이글거리는 눈빛과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달려나가는 모든 장면에서 심장을 뛰게 만든다. 류준열은 울분을 삼켜내는 차가운 연기로 유해진과 대립을 이루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조우진은 마적단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통해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 숨통을 틔워준다. 전국 팔도에서 모인 독립군의 사투리로 유머를 적재적소에 집어넣은 점도 돋보인다.
일본배우의 출연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악명높은 월강추격대 대장 야스카와 지로 역의 키타무라 카즈키, 지로의 오른팔로 독립군을 바짝 추격하는 쿠사나기 중위 역의 이케우치 히로유키, 독립군의 포로가 된 소년병 유키오 역의 다이고 코타로는 자국에서 받을지도 모르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독립군 영화에 출연했다. 이들은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는 예술관을 몸소 실천했다.
‘봉오동전투’는 위대한 승리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3·1운동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영화다. 독립군은 어떤 위험에 빠지더라도 그분들을 품에 안고 달린다. 헌법 전문에도 나와있듯,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 그날 희생됐던 분들을 기억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다.
‘봉오동전투’는 저항과 승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다짐하는 영화다.
[사진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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