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박송권이 뮤지컬 '블루레인'으로 또 한 번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됐다. 그간 해보지 않았던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게 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긋게 될 전망이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선과 악의 경계'라는 묵직한 주제를 친부 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해 흥미롭게 풀어낸 수작이다.
극중 박송권은 테오와 루크의 친부이자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 존 루키페르 역을 연기한다. 존 루키페르는 감정 기복이 심한 악인으로, 박송권은 이를 통해 큰 도전을 하게 됐다.
처음 표현해 보는 인물인 만큼 걱정도 크다. 1차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 박송권은 "고함도 지르고 광분하는데 지금까지 연기하며 그렇게까지 해본적이 없다. 그간 날것처럼 막 해본적이 없어서 처음 대본을 보고난 뒤 그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지금 열심히 연습중인데 사실 부담감이 아직 있어요. 하지만 잘 녹여서 잘 맞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죠. 추정화 연출님께 많이 배웠고, 또 계속 배우고 있어요. 추정화 연출님을 믿고 도전을 하게 됐는데 아마 이 공연이 끝나고나면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좀 더 익숙해지고 내 것이 됐을 땐 표현 못 할 게 없을 거라 생각해요. 단, 1차원적으로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박송권의 그간 이미지는 묵직함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블루레인' 속 그는 다르다. 덩어리 큰 먹구름의 느낌이 아닌, 바늘 같은 예리함으로 사람을 콕콕 찌르는 간사한 악인이다.
때문에 박송권 역시 이번 작품을 '도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존 루키페르는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감정들을 가져야 한다. 날카로운 송곳으로 상대를 찌르는 인물"이라며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하다가 복합적인 감정들을 연기하게 됐다. 가늘었다가 확 늘리는 등의 연기를 하는 것들이 도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감정들이 어떻게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해요. 추정화 연출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고, 저 역시 믿고 따라가니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아요. 평소에 저는 유쾌하려고 노력하고 악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건 '세상에 착한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에 악한 사람이 어디있어'라는 거예요. 한 번 정도 깊이 생각해볼 점이죠. 선과 악이 다 있으니까요."
'선과 악의 경계'가 주제인 만큼 박송권 역시 그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이를 통해 누구에게나 선과 악이 모두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소 잘 꺼내지 않았던 것일 뿐, 내 안에도 선과 악이 모두 있다는 것.
박송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다면 '블루레인'에서는 그 경계들이 왔다 갔다 한다.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사람이라는 게 다 똑같다"고 말했다.
"이번 '블루레인'에서는 정말 다른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악역이에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제가 해본 악역 중에서는 제일 끝판왕일 거예요. 인물 성격도 그렇고 안무와 동선들도 정말 많아서 정말 쪼개고 쪼개서 표현해야 해요. 그러면서도 한방이 있어야 하고요. 그래야 입체적으로 표현 되니까요. 사실 그래서 어렵긴 한데 그렇다고 쉽게 접근하며 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생각을 많이 해야 해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면 표현이 잘 되지 않으니까요. 이걸 해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이 없진 않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하게 만든 박송권은 벌써 데뷔 16년차가 됐다. 2004년 뮤지컬 '파우스트'로 데뷔해 꽤 오랜 시간 앙상블로 무대에 섰다. 8~9년의 앙상블 생활이 지칠 수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은적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계속해서 무대에 섰다. 되돌아보면 그 때 겪은 모든 것들이 지금의 박송권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사실 그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도 쉬운 건 아니에요. 오롯이 혼자 버텨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무대는 항상 처음 같고 새로워요. 제가 그걸 해내지 못하면 되게 외로워요. 내가 잘 못한다고 해서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오롯이 다 해야 하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해요. 그 과정들이 결국엔 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니까요."
그렇다면 박송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다 버리고 그만 두려고 했을 때 꼭 '이것만 해볼까?' 하는 게 자꾸 생기더라. 그걸 잡을 때의 그 절실함은 잡아본 사람만 안다"며 "다 그만두려고 했을 때 보이는 길 하나가 꼭 있다. 그 길을 갔다고 해서 확 달라지거나 인생이 바뀌진 않지만 그래도 그 길로 계속 갈 수 있게 해준다"고 털어놨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해요. 아직 배우로서 안정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계속 도전하고 전진해야죠.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과정이에요. 배우로서 욕심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제 배우 인생이 시작될 때부터 계속 한 발자국씩만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두 발자국도 아니에요. 뒤로만 안 가면 돼요. 시간이 더 걸려도, 확 올라가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떨어지지만 않으면 돼요."
그에게 이번 '블루레인'은 과연 몇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어줄까. "'블루레인'은 욕심을 갖고 해결할 작품이 아니다"고 고백한 박송권은 "사실 두렵다.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편한 마음으로 도전하려 한다. '아, 나도 이제 이런 거 할 수 있구나'를 느끼고 싶다. 공연이 끝난 뒤 제 스스로가 어떻게 기억이 되고, 또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이 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난 뒤의 제가 궁금해요. 사실은 '블루레인'을 터닝 포인트로 만들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변하게 된다면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또 작품적으로는 '블루레인'을 통해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관점으로 보실지도 되게 궁금해요. 선과 악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시간 115분. 오는 9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박송권. 사진 = 쇼온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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