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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바람 따라 길 따라 시간의 '집'을 지었던 디아스포라 건축가 이타미 준의 삶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가 8월 1일 언론·배급 시사회와 함께 진행된 기자 간담회를 뜨거운 관심 속에 성료하며 개봉에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디아스포라의 이방인에서 세계를 향한 울림을 전한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삶과 그가 세상에 남긴 선물 같은 집들을 그린 작품. 이날 간담회에서는 위로의 건축을 빚은 건축가, 이타미 준을 담고자 했던 감독의 연출 의도와 제작기가 전해지며 영화의 감동을 이어나갔다.
시사 직후 시작된 간담회에서 정다운 감독은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첫 질문으로 ‘이타미 준의 바다’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를 묻자, 정다운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첫 순간부터 제목은 이타미 준의 바다였다”며 '바람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이타미 준의 정체성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자 총체적인 물성을 의미하는 바다와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더불어 “이타미 준이 성장한 시미즈와 제주가 닮아 있었고, 이타미 준의 마음의 고향은 제주 바다였다”며 이 '바다'에는 고향이라는 의미와 일본과 한국 사이의 바다라는 의미도 들어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김종신 PD에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를 제작하면서 감독과의 의견 조율을 어떻게 했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PD이자, 정다운 감독의 남편인 김종신 PD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면 시작을 안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부부로서 함께 작업을 하는 장점이 있고, 또 감독과 PD 역할로 함께 작업을 하다보니 건축을 주제로 하는 영화제작사로서 서서히 자리잡는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건축 영상 작업을 계속 하게 될 것 같다고 전해 후속작을 기대하게 했다.
영화에 아이와 노인이 등장하는 씬을 삽입한 의도에 대해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정다운 감독은 “이타미 준이라는 사람을 형상화시키고, 시간성이라는 코드를 삽입하고자 이러한 연출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건축과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예술 장르인 만큼, 아이와 노인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시간을 삽입하여, 이타미 준의 시간과 보는 이들의 인생 타임라인을 되돌아보게 하는 메타포로 작용되기를 바랐던 의도였다.
이타미 준의 작품을 시대 순으로 보여주지 않은 의도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정다운 감독은 “타임라인을 따라 건축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방식의 영화라기보다, 이타미 준의 배경, 고독감, 건축 철학, 따뜻한 인간미 등 종합적으로 인물을 형상화 하다가 다시 제주에 돌아와 이타미 준을 보내주는 방식의 구조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이타미 준의 바다’에 출연하고, 또 음악 사용을 허락했던 양방언 작곡가와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종신 PD는 “주커버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바로 답을 주어 만나게 되었다”며 유쾌하게 답변했다.
이에 덧붙여 정다운 감독은 “저희가 보내드린 수풍석 영상 트레일러를 본 양방언 작곡가가 아티스트로서 이타미 준 선생님의 세계와 교감한 것 같다. 이 영화가 이타미 준 건축의 정수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하며 두 재일한국인 아티스트가 이 영화를 통해 운명적인 교감을 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한 기자는 이타미 준의 전시에서도 슬픈 느낌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도 슬픈 느낌이 있었다고 감상을 전했고. 정다운 감독은 “이타미 준은 평생 유한한 존재인 인간과 무한한 존재인 자연의 교감과 충돌 그 사이의 찬란한 아름다움 등 존재론적 비애미에 대해 말했고 이것은 경계인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인간 본연의 고독감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독한 인간을 위한 따스한 위로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김종신 PD는 “훌륭한 건축가의 훌륭한 인생을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무던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감독은 “다큐멘터리에는 시간성이라는 매력적인 코드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물론 스스로도 함께 자라는 경험을 했다”며 8년이라는 시간동안 제작한 영화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평단도 ‘이타미 준의 바다’에 극찬을 보내고 있다. "한 건축가의 삶과 건축물들에 담긴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 -강경호 CGV아트하우스 사업부장,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적으로 품는 건축물을 설계했던 그의 성취를 마치 그 공간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듯한 카메라로 화면에 새겨 놓는 과정은 퍽 감동적인데, 정치와 역사가 강제했던 세상과의 불화를 자기만의 이상 실현에 매진하는 노력을 통해 조화를 구현하는 결과로 바꿔놓은 흔적을 이타미 준의 건축물이 보여주기 때문이다.-김영진 평론가, "첨예한 긴장 속에서 독특한 세계를 탄생시킨 예술가이자 투쟁가의 초상" -이혁상 감독,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이타미 준에 대한 존경과 헌사를 기반으로 한 긴밀한 대화에 가깝다." -씨네21 송경원 기자 등의 리뷰는 영화의 작품성과 함께 거장을 담은 건축 다큐멘터리가 열어줄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공간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대한 디아스포라 건축가의 일대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는 오는 8월 15일 개봉하여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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