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분위기는 바꿀 수 있지만…"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은 21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살도 빠지고, 다크서클도 내려왔다. 나는 대행이지만, 감독님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행 신분의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직접적으로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감독의 부담감이 엄청난 걸 실감했다.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공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했다. 4연패로 출발한 뒤 4연승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이후 승패를 반복하며 지지부진한 행보다. 16일 부산 한화전을 시작으로 21일 인천 SK전까지 5연패에 빠졌다. 다시 최하위 추락.
공 감독대행은 부임 직후 베테랑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순위표를 보면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눈 앞의 성적을 외면할 수 없었다. 덕아웃 분위기가 살아야 리빌딩 기초도 닦을 수 있다는 현실론. 그는 "남은 경기서 베테랑을 모두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로만 꾸리면 그 선수들이 중심역할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내년 성적까지 포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프로스포츠의 이상적인 리빌딩은 각 포지션 신구조화, 주전-백업 경쟁구도가 확실히 잡힌 상태서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며 단계적으로 미래를 계산하는 팀이다. 공 감독대행은 "자신의 자리 없이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맡는 선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기량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는 리빌딩 시스템이 명확하지 않다. 공 감독대행이 시즌 중반에 갑자기 지휘봉을 잡은 상황. 하루아침에 뼈대를 세우는 건 불가능하다. 더구나 최전선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단장이 한 달 넘게 공석이다.
때문에 공 감독대행으로선 일단 베테랑 위주로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반기에 드러낸 각종 약점, 이를테면 타선의 응집력 부족과 선발-불펜을 막론하고 어려운 행보, 취약한 수비력이 반복 노출된다.
공 감독대행은 "프로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분위기만 갖고는 힘들다. 시즌 중에 분위기는 바꿀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기자들에게 롯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을 정도로 안타깝고 답답한 표정이었다.
공 감독대행은 "잘 나가는 팀은 선발진이 안정됐다. 야구에선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브룩 다익손의 오프너 전략을 폐기하면서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 다익손, 박세웅, 장시환, 서준원, 김원중으로 6선발을 꾸리기로 했다. 토종 4인방의 경우 잠재력은 충만하지만, 기복이 있다. 가장 안정적인 박세웅은 팔꿈치 부상을 딛고 첫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레일리와 다익손이 타 구단 외국인 1~2선발보다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여기에 중간계투진과 수비는 시즌 내내 불안하다. 타선은 베테랑 의존도가 높고 기복도 심하다.
각 파트의 플랜B가 명확하지 않으니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흔들렸다. 공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은 아직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할 수 없다. 이대호, 민병헌이 한 방을 쳐주기만 기대한다. 대호나 병헌이가 막히면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베테랑들이 풀리지 않으니 젊은 선수들도 부담을 갖고, 투수들이 초반에 실점하면서 분위기가 처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단 단장부터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차기 시즌 및 미래를 내다보는 밑그림을 설계해야 한다. 공 감독대행의 어려움 호소는 충분히 이해된다. 공 감독대행이 현 시점에서 롯데를 180도 바꿔놓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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