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속초 김진성 기자] 하나은행이 스쿼드의 힘을 보여줬다. 역시 토종 선수층은 리그에서 가장 두껍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숨 막히는 혈투였다. 마치 정규경기를 보는 듯했다. 31일 속초체육관에서 열린 BNK와 KEB하나은행의 KB국민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 결승. 하나은행은 조별리그부터 전승을 달렸다. 강이슬과 신지현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지만, 전통적으로 토종 선수층이 두껍다. BNK는 국가대표 구슬이 이 대회가 끝나고 합류한다. 외국선수 다리미스 단타스만 있으면 베스트 멤버. 객관적 전력상 결승서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
비 시즌 준비의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무대. 하나은행은 초반 고아라의 러시가 돋보였다. 고아라의 장점은 빠른 트랜지션과 마무리 능력. 그러나 결승 초반 고아라는 정제된 슛 셀렉션으로 고감도 감각을 선보였다. 1쿼터에만 3점포 두 방 포함 9득점.
BNK도 만만치 않았다. WKBL에서 패스센스는 탑 클래스인 안혜지의 감각적인 플레이가 좋았다. 여기에 4~5번 요원 진안의 묵직한 포스트 마무리도 돋보였다. 본래 진안은 기복이 심하고,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 농구 아이큐도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특히 이날 보여준 진안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안혜지에게 스크린을 건 뒤 골밑으로 빠져들어가 공을 받고 가볍게 마무리한 능력, 미드레인지로 나와 픽&팝을 성공하는 장면, 백스크린을 받고 골밑을 들어가 안혜지의 패스를 점수로 연결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두 팀의 전반 활동량, 전투적인 움직임은 마치 챔피언결정전을 보는 듯했다.
하나은행의 4점 리드로 3쿼터에 들어갔다. 흐름은 요동쳤다. BNK가 2-3 지역방어를 하자, 하나은행은 김단비가 잇따라 3점슛을 터트렸다. 강계리, 김지영을 중심으로 간결한 패스게임이 돋보였다. 그러나 BNK는 진안의 묵직한 골밑 공략으로 주도권을 이어갔다. 오히려 하나은행은 기습적인 풀코트프레스를 통해 활동량을 높인 뒤 고아라, 이수연 등의 득점으로 다시 대등한 흐름을 잡았다.
3쿼터 5분28초전. 이하은이 진안의 포스트업을 막다 4파울을 범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았다. 반면 3쿼터 막판 진안이 수비 과정에서 리바운드를 잡고 팔꿈치를 휘두르며 4파울에 걸린 건 정확했다. 두 빅맨은 결국 4쿼터 중반 나란히 퇴장했다. 이하은은 경기종료 5분43초전 진안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하다 오펜스파울을 지적 받았다. 그러나 불법적인 접촉은 없었다. 하지만, 진안도 4분53초를 앞두고 역시 오펜스파울로 5반칙 퇴장.
BNK는 3쿼터 막판 구슬이 잇따라 골밑에서 점수를 만들었다. 2쿼터 중반부터 빠진 이소희를 재투입, 스피드를 올렸다. 3분7초전 정유진의 행운의 3점포로 2점 리드. 이후 2분50초를 남기고 양팀 모두 팀 파울 4개를 돌파했다.
1분55초전. 하나은행은 탑의 이소희를 놓쳤다. 구슬이 놓치지 않고 연결, 3점슛으로 이어졌다. 반면 하나은행은 김지영의 턴오버가 나왔다. 이후 노현지가 드라이브 인을 성공하며 3점차로 달아났다. 김선희마저 5반칙 퇴장하며 스몰라인업. 하나은행은 대응하지 못했다.
24.5초전. 구슬이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정유진이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공격권을 잡았고, 이소희가 12.8초전 힘 있는 왼손 드라이브 인으로 점수를 만들었다. 3점슛에 이어 또 다시 결정적인 한 방.
끝이 아니었다. 경기종료 4.8초전. 고아라가 우중간에서 구슬을 상대로 3점슛 자세를 취하다 파울을 얻었다. 고아라는 침착하게 자유투 3개 모두 넣었다. 2.2초전에는 반대로 구슬이 포스트업을 하다 고아라의 파울을 얻어냈다. 자유투 2개 모두 넣지 못했다. 결국 69-69로 연장전.
첫 번째 연장서 시종일관 2점씩 주고 받았다. 79-79로 2차 연장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은 종료 50초전 백지은이 고아라의 패스를 받아 골밑 득점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골밑이 약한 상황.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이후 BNK 이소희가 돌파하다 공을 놓칠 뻔했고, 어렵게 안혜지에게 넘겼으나 3점포가 빗나갔다. 다시 공격권을 가진 하나은행은 15.8초전 강계리의 자유투 2개로 승부를 갈랐다.
89-87. 하나은행이 2차 연장 혈투 끝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풍부한 스쿼드와 고아라의 넘치는 에너지, 막판 백지은의 묵직한 골밑 공략까지. 박신자컵의 성과를 정규시즌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고아라가 MVP에 선정됐다. BNK도 졌지만, 잘 싸웠다. 이소희, 진안의 일취월장한 기량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한편, KB는 3-4위전서 우리은행을 69-68로 누르고 3위를 차지했다. 김진영이 68-68 동점이던 경기종료 2초전 자유투를 얻어냈다. 1~2구 모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2구째에 우리은행 최규희가 바이얼레이션을 범했다. 김진영이 다시 자유투를 던져 결승득점을 올렸다. 5-6위전서는 김천시청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73-55로 이기고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고아라(위), 백지은(가운데), 하나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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