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최창환 기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동료들이었던 만큼, 전태풍은 경기에 앞서 KCC 선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았고, 바람대로 경기종료 후 현재의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울 SK는 10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79-74로 승리했다. SK는 3연승 및 홈 7연승을 질주, 단독 1위를 지켰다.
이날 경기는 전태풍에게 매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전태풍이 FA 자격을 얻어 SK 유니폼을 입은 후 처음 치르는 KCC전이었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부상으로 1라운드에 열린 KCC전은 결장한 바 있다.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KBL에 데뷔한 전태풍은 KCC에서 상징성이 매우 큰 선수였다. 통산 399경기 가운데 253경기를 KCC 소속으로 치렀다. 단순히 많은 경기만 소화했던 게 아니다. 전태풍은 화려한 개인기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하승진과 더불어 팀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가운데 1명이었다.
하지만 KCC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든 KCC를 떠났다. FA 자격을 취득한 전태풍에 대한 KCC의 계약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KCC가 협상에 임하는 태도도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전태풍이 느낀 허탈감은 더욱 컸다.
이날 경기에 앞서 전태풍과 KCC의 스토리가 조명을 받은 이유였다. 경기를 준비하는 전태풍의 태도는 사뭇 비장했다. 문경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원래 장난기가 많은 선수인데 오늘은 경기 전에 진지하더라. 말을 건네니 (전)태풍이가 선수들에게 ‘지면 죽는 거야’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동기부여가 분명한 만큼 전태풍의 선발 출전도 고민했던 문경은 감독은 1쿼터 개시 후 약 3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전태풍을 교체 투입했다. 전태풍은 1쿼터가 종료되기 전까지 줄곧 코트에 있었고, 7분 18초 동안 2득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전태풍은 이후 4쿼터 막판에도 잠시 코트를 밟아 총 9분 25초를 소화했다.
사실 전태풍은 전성기처럼 경기를 좌우하는 해결사가 아니다. SK가 전태풍에게 기대하는 최대치는 조커 역할이다. 이 역시 아직 컨디션이 완벽한 현 시점이 아닌 시즌 중반 이후, 멀리 보면 플레이오프까지 바라보고 있는 SK의 그림이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전태풍이 이날 경기에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KCC에게 지면 죽는 거야”라는 말대로, 벤치에 있는 전태풍을 통해 승리에 대한 의지만큼은 엿볼 수 있었다. 전태풍은 팀 동료가 3점슛을 넣을 때면 어느 때보다 크게 환호했고, 작전타임 때는 누구보다 빨리 동료들을 맞이했다.
전태풍은 비록 코트에서 제한된 시간만 소화했지만, 경기종료 후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SK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혈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자밀 워니(23득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가 연장전서 막판 위닝샷을 터뜨렸고, 김선형(14득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과 최준용(16득점 7리바운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태풍.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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