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이대호(롯데)가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이의 부모들을 만나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야구선수로 성장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전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3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2019 유소년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을 실시, KBO리그 10개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200여명의 유소년들과 만나 호흡했다.
선수협 회장 이대호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대호가 선수협 주치의를 맡고 있는 오정본병원 최희준 원장과 함께 학부모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코너였다.
강의는 이대호가 학부모들에게 경험담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대호는 “아이가 야구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해야 한다. 부모님 욕심에 운동을 시키는 것은 즐거운 선수생활이 아니다. 오늘 집에 가셔서 아들에게 야구가 재밌는지, 힘든지 진지하게 물어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이어 “나는 여름, 겨울방학이 제일 싫었다. 방학 때 훈련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때는 추워서 훈련이 2~3배 더 힘들다. 지쳐있을 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추천 드리고 싶다. 따뜻하게 다가가는 게 아들이 성공하는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구로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배우는 게 있다. 나도 야구를 통해 인성을 배웠다”라고 전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인만큼 학부모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질문을 던졌고, 이대호도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야구를 좋아하지만, 힘든 것을 견뎌내는 건 약한 것 같다.” 이와 같은 질문이 전달되자 이대호는 “부모님, 아이의 미래를 위해 냉정하게 말씀드리겠다”라는 전제 속에 견해를 전했다.
이대호는 “운동은 내가 좋아서 해야 한다. 좋아하는데 벌써 그만둘 걸 걱정하면 안 된다. 확실하게 물어봐야 한다. 지금 그만두면 학업이 뒤처진다. 그만둘 거면 지금 그만두는 게 낫다. 중~고교 때 그만두면 이미 뒤처진 상황이 된다. 학업에서 뒤처지면 인생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지금 고민해야 한다. 4학년이면 의사를 판단할 수 있는 나이다. 힘들다고 하면 정확하게 공부를 시켜야 한다. 부모님이 선을 그어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또래에 비해 키가 작다는 학부모의 고민이 전달되자, 이대호는 “미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호세 알투베”라며 웃었다. 이대호는 이어 “2학년이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기본기를 다질 시간이 2년 더 있는 것이다. 대부분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는데, 그럼 1년만 운동을 한 후 실전에 투입된다. 2학년이면 2년을 번 셈이다. 2학년이 즐겁게 야구를 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키와 운동신경은 연관성이 크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받는 훈련 이외의 레슨에 대한 솔직한 견해도 전했다. 이대호는 “사교육도 좋겠지만, 사공은 2명이 된다. 그럼 아이는 헷갈리게 된다. 사교육으로 반드시 성공하는 게 아니다.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나나 추신수가 야구할 땐 그런 게 없었다. 그저 야구장에서 미친 듯이 뛰었고, 그 시간에 충실했다. 아이도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레슨을)못 시켜줘서 미안한 마음 가질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또한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욕심이 강하면 야구장에서 남은 시간에 다 (개인훈련을)한다. 시켜도 안 하는 아이보다 욕심 갖고 하는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다. 나도 초등학교 때 함께 야구했던 추신수와 친했지만, 다른 학교에 진학한 중학교 시절 이후부턴 안 친했다. 서로 명문학교에서 에이스, 주장으로 경쟁했기 때문이다. ‘저 선수를 잡아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대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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