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차피 이 퍼즐이죠."
KCC가 이대성과 라건아 영입 후 경기력이 떨어진 건 이대성과 이정현의 공존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도 몇 차례 "대성이의 적응이 오래 걸릴 것 같다"라고 했다.
이대성은 공격 성향이 강하다. 볼 소유시간도 길다. 이대성과 라건아의 가세로 기존 국내 롤 플레이어들의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KCC는 기존의 장점을 잃었다. 이정현마저 득점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라건아가 더블팀을 유발할 때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도 정비되지 않았다. 그나마 송교창으로 버텼지만, 시너지는 없었다. 심지어 공격 활동량이 떨어지면서, 수비 에너지까지 하락했다.
전 감독은 이정현과 이대성을 동시에 기용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로테이션 폭을 넓혀 기존 멤버들의 롤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대성에겐 "바로 치고 넘어가서 슛을 쏘는 것만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정현은 이대성의 적응을 위해 공격을 다소 자제하고 오프 더 볼 무브를 활발하게 했다.
그런데 극적인 변화가 있다.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유현준이 돌아왔다. 8일 전자랜드전은 복귀 후 세 번째 경기. 유현준이 돌아오면서, 이정현과 이대성의 공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유현준이 1번에서 볼 배급에 치중하면서, 이대성이 2번, 이정현이 3번을 맡으니 송교창과 라건아까지 살아났다. 이정현은 KGC 시절에도 2~3번을 고루 소화했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이대성은 2번에 집중하면서, 나름의 간결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공격과 도움에 대한 밸런스를 맞춰나갔다.
7일 DB전서 이정현이 적극적으로 공격하며 많은 점수를 만들면서 KCC도 오랜만에 승리를 챙긴 게 변화의 시작이었다. 전자랜드전 3~4쿼터 세트오펜스는 최근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전 감독은 "유현준이 듬직해 보일 정도로 시동을 잘 걸었다"라고 했다.
유현준은 한양대 시절 유니크한 포인트가드였다. 어시스트 센스가 있었다. 다만,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었다. 슈팅력에 기복도 있다. 전 감독은 비 시즌 이 부분을 개조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빛을 볼 계기를 마련했다.
전 감독은 "수비력이 상당히 좋아졌고, 강약조절도 좋다. 공격의 경우, 누구를 시켜야 하는지 알고 있다. '막 농구'를 하는 게 아니다. 여름 내내 굉장히 고생했다. 사실 자기만의 캐릭터가 있다. 고집도 있다. 그것을 꺾느라 고생했다. 결국 본인이 받아들였다. 농구에 무게감이 생겼다. 혼자 하는 농구에서 조율하는 선수가 됐다. 지속적으로 몇 경기를 더 보여주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유현준은 "프로에 오기 전까지 공을 갖고 있는 시간도 길었고, 득점이나 어시스트가 내 손에서 나와야 했다. 감독님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춰 농구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화려한 어시스트를 즐기는 가드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공격을 조율하면서 도움을 주는 가드로 바뀌었다. 전자랜드전서 30분을 뛰었지만, 어시스트는 2개였다. 그러나 결국 유현준에게서 시작된 공격이 동료의 어시스트와 또 다른 동료의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많았다.
특유의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유현준은 "동기들이 최근 잘 하고 있는데, 자극이 됐다. 슛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에 보여주면 된다. 오히려 수비수가 슬라이드로 다가오면 슛을 던지면 된다. 슛이 없다고 생각하고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유현준의 1번 정착과 별개로, 여전히 이대성과 이정현의 공존은 전 감독의 과제다. 함께 뛰는 시간을 최소화하더라도, 유현준이 40분 내내 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대성은 "정현이 형이 많이 배려해주고, 희생을 해준다. 이건 내 문제다. KCC에 맞는 선수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현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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