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신분을 뛰어넘은 진한 우정, 황홀경을 선사한다.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언론시사회가 열려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참석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덕혜옹주'(2016)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세종은 조선만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고, 조선시대 관노 출신인 장영실을 알게 됐다. 이에 세종은 보다 활발한 연구 활동을 위해 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면천했고, 함께 조선 과학의 황금기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발명품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수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 장영실은 어느 순간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진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 뒤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하여 상상력을 더해 그려냈다.
장영실을 연기한 최민식은 명불허전 묵직한 존재감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큰 울림을 안겼다. 마치 장영실을 실제로 마주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한석규는 장영실의 재능을 알아보고 정5품 행사직을 하사,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곁에 두고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천문 사업을 펼치는 의로운 세종을 연기했다. 그는 백성을 위하는 인자한 성군의 모습부터 강직한 신념의 임금까지 완벽히 그려내며 극의 깊이를 더했다. 끈끈한 관계성, 특별한 우정 그리고 두 사람의 갈등이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스크린에 온전히 펼쳐졌다.
무엇보다 한석규와 최민식의 눈빛이 자아내는 오묘한 분위기가 압권이었다. 세종을 향한 장영실의 강한 충성심, 그런 장영실을 허물없이 대하는 세종의 부드러움은 브로맨스 혹은 더 나아가 멜로까지 연상케 했다. 함께 누워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는 이들, 세종에게 별을 선물하는 장영실 등을 담은 장면은 집요하게 두 사람의 좁은 거리를 포착하고 눈빛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해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과 세종이 벗 관계인 게 참 좋았다"며 "관노와 임금의 신분 차이는 어마어마한데 두 사람을 친구로 바라보면 어떨까 싶었다. 현장에서 촬영을 할 땐 두 분의 30년 우정과 연기자인 모습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분명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보여진 것 같다"며 "저도 촬영하면서 컷을 잘 못했다. 두 배우가 가진 케미, 느낌을 보는 게 행복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 이상의 감성들까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참 '아리까리'하다"고 표현하며 웃었다. 그는 "장영실이 처음 세종에게 부름을 받았을 때, 감히 임금이니까 고개를 못 든다. 그런데 세종께서 고개를 들라고 하니 그 때 눈을 마주친다. 당시 장영실의 마음은, 존경하는 세종의 용안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땠을까. 황홀경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너무 긴장되고 떨리지만 임금의 용안을, 눈 코 입, 목젖 등을 유심히 관찰하는 듯한 연기를 했다. 그런데 과감히 편집됐다. 지금도 그 정도의 뉘앙스(브로맨스)를 느끼시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역사물은 만드는 사람들의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묘한 뉘앙스, 성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흠모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이 영화에서 장영실이 보여줘야 할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과도 그런 의견을 나눈 기억이 많다. 저는 지금 결과를 아주 만족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을 지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건 영화고, 만드는 사람들의 재해석이다. 그게 추접스럽거나 역사에 누가 되는 게 아니라면 최민식의 해석이 더 자유롭게 표현되길 바랐다. 다만 영화는 소설이나 문학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토론을 나눴고 타협을 했다. 역사물 작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와 긴장감이다. 가급적이면 왕과 천민이라는 신분을 잊고 아이들이 노는 것처럼 그리려고 했다"라고 전해 시선을 모았다.
한석규는 "기록이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직업 자체가 연기자이다 보니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되고 상상력을 중요시하게 여긴다. 영화 작업 시 역사 왜곡도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기록이 진실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역사라는 건 모른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역사가 있을 수는 있어도, 덩어리의 역사는 모른다. 어떤 게 진실이고 가짜인지는 각자의 생각과 관점에 대해 다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는 26일 개봉.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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