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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왜 이제야 재회했을까.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가 역대급 몰입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보였다. 장영실과 세종이 환생한 수준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이하 '천문')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관노 출신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신분 차이를 뛰어 넘는 두 사람의 우정부터 조선 최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한순간에 의문만 남긴 채 모든 역사적 기록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력으로 완성한 '팩션 사극'이다.
세종과 장영실 각각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의 미디어를 통해 여러 차례 그려졌지만 '천문'은 등장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내로라하는 연기력과 존재감을 소유한 최민식과 한석규의 재회작이었기 때문. 드라마 '넘버3'(1997), 영화 '쉬리'(1999) 이후 장영실과 세종으로 약 20년 만에 다시 만난 이들은 예비 관객들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 강렬한 연기 시너지를 뿜어냈다.
먼저 '올드보이', '명량',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등을 통해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최민식은 조선의 하늘을 연 천재 과학자 장영실로 분하며 다시 한번 변신을 감행했다. 관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과학 지식 덕에 세종에게 발탁된 장영실은 세종과 뜻을 함께 하며 각종 천문의기를 발명,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안여 사건' 이후 역사에서 사라진 인물이다.
최민식은 이러한 장영실을 꾸준히 한 호흡으로 이끌어나간다. 세종의 총애를 받다가, 이유도 모른 채 거리를 둬야 했지만 세종을 흠모하고 존경하고 늘 그의 곁에 붙어있고 싶어 하는 장영실의 한결같은 충성심을 오롯이 표현한다. 엄마에게 떼쓰는 아이 같기도 한 최민식의 장영실은 귀엽기까지 하고, 발명 앞에선 앞도 뒤도 없이 눈을 반짝여 인물의 순수한 천재성을 가감 없이 살렸다.
앞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한 차례 세종대왕을 연기했던 한석규는 8년 만에 다시 세종으로 돌아왔다. 한 연기자가 동일한 인물을 연달아 연기한다는 건, 리스크가 크지만 한석규는 예외다. 당시 고뇌하고 예민한 군주 이도(세종)를 선보였던 그는 또 다른 세종의 얼굴을 그려냈다. 장영실과 군신 관계를 넘어 같은 꿈을 꾸는 동등한 위치의 벗으로 분해 색다른 매력을 안긴다.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다정한 눈빛은 인자한 세종의 모습을 살리고, 사익에 눈이 먼 신하들 앞에서 발산하는 카리스마는 강력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한석규는 "극중 '자네 같은 벗이 있지 않나'라는 대사가 있다. 그게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라고 본다. 같은 꿈을 꾼 친구였다"라며 "'뿌리깊은 나무'를 할 때는 장영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아쉬웠다. 그 때 그러한 군주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누구였을지 생각을 하면서, 장영실이라고 상상을 했었다"라고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을 전해 기대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과 세종이 벗 관계인 게 참 좋았다"며 "관노와 임금의 신분 차이는 어마어마한데 두 사람을 친구로 바라보면 어떨까 싶었다. 현장에서 촬영을 할 땐 두 분의 30년 우정과 연기자인 모습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분명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보인 것 같다. 저도 촬영하면서 컷을 잘 못했다. 두 배우가 가진 케미, 느낌을 보는 게 행복한 일이었다"라고 이들의 폭발적인 연기력에 극찬을 보내 영화를 향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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