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마이데일리 = 부산 최창환 기자] “좀비! 좀비!”가 울려퍼진 부산사직실내체육관. ‘코리안좀비’ 정찬성의 어퍼컷이 명중하는 순간, 현장의 데시벨은 급격히 높아졌다. 정찬성은 이후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호쾌한 승을 따냈다. 한국 팬들에게 제대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 셈이었다.
정찬성은 21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UFC Fight Night 부산(이하 UFC 부산)에 출전, 프랭키 에드가와의 메인이벤트에서 1라운드 3분 17초 만에 TKO 승을 따냈다. 이로써 정찬성의 UFC 전적은 8전 6승 2패가 됐다. MMA 통산 전적은 21전 16승 5패.
정찬성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괴력을 발휘했다. 어퍼컷을 명중시켜 단숨에 에드가에게 타격을 가한 것. 기세가 오른 정찬성은 이후 무차별적인 폭격을 만들어내며 우위를 이어갔다. 에드가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정찬성은 이내 화력을 되찾아 1라운드 3분 만에 TKO 승을 만들어냈다.
정찬성은 경기종료 후 “너무 좋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에드가와 25분 동안 싸우고 싶었지만, 그 부분은 아쉽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10주 동안 외국을 오가며 훈련한 것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한 부담은 많았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메인이벤트를 치렀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정찬성은 이어 “등장할 때 관객들을 신경 쓰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좋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고, 와주신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다음에는 서울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승리 소감은?
“한국에서 친구들, 가족들 앞에서 이겨서 너무 좋다.”
-경기 초반 에드가의 공격을 방어할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아직 경기영상을 못 봐서 어떻게 방어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경기를 25분 동안 치르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경기가 빨리 끝날 것이라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올라가기 전까지 코치들에게 ‘25분 동안 싸우겠다’라고 했다. 코치들은 ‘그럴 일이 없다’라고 하더라.”
-에드가가 많은 펀치를 당하며 무너졌는데?
“그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25분 동안 큰 펀치가 들어가면 넉아웃 될 거란 예상은 했지만, 그 시점이 1라운드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
-타이틀전을 예고했는데 시기가 언제쯤이 될 거라 예상하나?
“사실 언제든 상관없지만, 처음 얘기하는데 눈이 안 좋다. 안와골절수술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까…. 평소 안경을 쓰고 다녔던 것도 시력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분(취재진)이 2명으로 보인다. 이 수술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큰 수술은 아니다. 당장 수술하면 1~2개월이면 회복된다. 내년 5~6월이면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시력부터 고쳐야 한다.”
-사람이 2명으로 보임에도 펀치를 적중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말 신기한 게 적응이 되더라. 그냥 적응이 됐다. 크게 다른 건 아니다. 손가락 하나 사이(약 1cm 차이를 보여주며) 정도의 차이다.”
-등장할 때 관중들을 최대한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국과 다른 함성을 받으며 경기를 치른 기분은 어땠나?
“항상 얘기하지만, 한국만큼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는 곳은 없었다. 브라질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지인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과 승리를 즐기고 싶었다.”
-앞서 승리를 따낸 정다운이 어퍼컷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정다운처럼 어퍼컷이 훈련을 하면서 그린 그림이었나?
“펀치는 당연히 코치와 많이 연습을 했다.”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다운이를 포함해 모든 한국선수들이 더 많이 배우는 자세로 실력이 향상됐으면 한다. 내 위에 있는 (김)동현이 형이 길을 잘 만들어주셨다. 동현이 형이 앞으로 안 싸우게 된다면, 내가 앞으로 그렇게 길을 만들어주겠다. 후배들은 운동에 열중해줬으면 한다. 함께 운동하는 선배가 아니라도 동현이 형이나 나와 같은 선수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산됐던 오르테가와의 대결이 향후 성사된다면?
“상관없다. UFC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
-정찬성도 보너스를 바랐을 텐데?
“다운이는 아이가 없지 않나. 나는 아이가 셋이다. 미래가 창창한 친구고, 앞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다(웃음).”
-경기가 끝났다. 무엇이 하고 싶나?
“떡볶이가 많이 생각났다. TV 볼 때마다 나오고, 주위사람들도 많이 먹었다. 떡볶이를 꼭 먹을 계획이다. (크리스마스 계획은?)일단 아이가 셋이니까…(웃음). 서울에서 팬들과 미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박재범 사장님이 추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정찬성. 사진 = 부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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