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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장혁이 인생 캐릭터를 새로 썼다.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다뤄졌던 이방원이라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으로 소화,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낸 것.
JTBC 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장혁은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졌던 ‘피의 군주’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들을 선보이며 다른 결의 이방원을 탄생시켰다.
장혁은 ‘나의 나라’ 촬영 현장이 여러 가지를 표현하려 했고, 이를 위해 이야기가 많이 오갔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각자의 감정을 조율한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드라마를 만들어나갔다고.
“개인적으로 ‘순수의 시대’를 통해 이방원이라는 역을 잠깐 하긴 했는데 그때 남은 아쉬움이 있어서 ‘언젠가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나라’에서 안타고니스트 같은 느낌으로 제시를 해주더라고요. 인물의 구도가 입체적이고, 너무 좋았죠.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야심과 야망을 가지고 있던 이방원의 틀은 역사에 남아있겠지만 체감적인 부분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있어 오픈해주셔서 나름대로의 시원함이 있었어요.”
장혁은 ‘순수의 시대’ 속 이방원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데 비해 ‘나의 나라’에서는 인물 간의 갈등과 대립을 선보일 여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방원이라는 인물이 많이 다뤄졌던 만큼, 다시 선보인다는 점에서 부담될 수도 있었을 터.
“역사적인, 굉장히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지우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사 역을 하면 의사처럼 보이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가운을 입는 순간 사람들이 의사로 봐주죠. 역사적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업적, 실록, 무언가의 방향 등이 있겠지만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판타지인 것 같아요. 실록은 승자의 역사라는 측면도 있고, 너무나 많은 야사도 있죠.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선택하고 느꼈을지는 표현하는 배우가 상황적으로 어떤 감정인가를 연기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으로 ‘추노’의 대길에 이어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은 장혁. “개인적으로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이 작품으로 항상 따라붙는 ‘추노’의 대길이라는 캐릭터를 지운 것 같냐는 말에 확고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전 대길이를 항상 지웠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웠는데 다른 사람들은 못 지운 것 같아요. 배우는 그 캐릭터를 가지고 연기하지 않아요. 대중 안에서 움직이지 배우 자체가 그걸 가지고 가지는 않죠. 매번 작품이 끝난 후 그걸 지우며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키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봐주시는 분들이 키를 가지고 있죠.”
이런 그에게 계속 대길이라는 인물이 따라붙는 것에 대해 서운하지 않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서운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반응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그렇게 봐주시는 분이면 어쩔 수 없이 그분에게 저는 이대길이에요. 모니터에 대해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절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는 거예요.”
사극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선보여왔던 그는 장르마다 각각의 재미가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사극을 했을 때는 캐릭터가 평상시 모습보다는 업다운을 많이 줄 수 있는 느낌이에요. 조금 더 현대에 비해서 극단적 세상이잖아요. 신분제도가 확연히 있는 세상에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 등 제약이 많아서 표현하는 대사가 현대극보다 밀도감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장르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사극을 굉장히 좋아해요.”
올해로 데뷔 23년 차이지만 현장에서 열려 있는 선배이기도 했다. 후배 배우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우도환, 양세종, 설현 등 저보다 배우 생활을 늦게 하게 된 친구들에게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해석에 대한 것들도요. 인교진이라는 친구는 ‘칼 물고 코미디하는구나’라고도 생각됐고요. 다 계산이 돼 있더라고요. 현장에서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공부를 많이 해오는구나 싶었어요. 자기 것만 던지는 게 아니라 교류를 하더라고요. 20대 후반의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대망’이라는 작품을 했는데 아쉬움 때문에 다른 사극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릇이 커야 하는데 그걸 담지 못했죠. 그때는 연기로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이라든지 그런 것들지 크지 못해 그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거든요. 이 친구들은 그런 걸 지금 나이에 담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자세도, 표현하는 느낌도 그렇고요.”
특히 우도환의 경우 장혁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운 인물. ‘성덕’이 된 우도환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묻자 장혁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잘 와 닿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자신은 아직 ‘현장형 배우’라 생각한다고.
“언젠가부터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어색했던 것 중 하나가 저보다 어린 감독이 오고, 어느 순간 스태프들의 나이가 적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린 친구들과 하다 보면 제가 그런 나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뭔가를 이야기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축구로 치면 주장 아닌 주장을 하게 됐죠. 저를 통해서 배우가 됐다는 건 그 친구에게 어떤 작품이 감사하게도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해요.”
항상 소처럼 일해왔던 장혁은 내년 ‘본 대로 말하라’로 시청자와 다시 만날 예정이다. 다작의 아이콘다운 행보. 심지어 촬영을 하지 않을 때면 직장인처럼 매일 소속사로 출근, 대본을 보는 등 시간을 보낸다.
“23년 동안 쉬어본 적이 군대 2년 밖에 없어요. 이건 배우의 성향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현장에서 부딪히자’는 스타일이에요. 절 가르쳐 준 건 현장의 많은 배우들이었어요. 현장에 갔을 때 공부한다는 느낌이 있었죠. 나머지 시간은 다른 것들을 보완할 시간이고요. 경험이 많은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1년 전의 나와 2년 전의 나는 다를 거예요.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되면 계속 나아가아죠.”
예능프로그램 ‘슈가맨’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과거 티제이 프로젝트(T.J Project)의 일환으로 랩퍼로 활동한 그는 ‘슈가맨’ 출연 제의를 받아왔지만 번번이 고사한 바 있다.
“90년도 후반에는 배우들이 이미지메이킹을 새롭게 하려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게 많았어요. 저도 그때 전의 이미지와 다르게 가보자는 취지에서 티제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가수라기보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식으로 했던 거예요.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해요. 연기할 때마다 음악을 설정해 놓고요. 하지만 음악 작업이나 관련된 것을 하기에는 지식적, 감성적인 부분도 그런 쪽이 아니에요. 일례로 드림콘서트 같은 곳에 서면 모든 가수가 떠는데 전 안 떨려요. 제 무대가 아니라는 느낌이 있어요. 반면 현장에 갔을 때는 굉장히 설레요.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슈가맨’‘ 섭외가 진짜 많이 오긴 했어요. 그 무대를 장식해줘야 하잖아요. 아마 TJ는 친구들이 여기저기 나와서 언급하고 당시 잘 몰랐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퍼진 걸 재미 위주로 알아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제가 출연하면 다른 가수가 나왔을 때의 느낌과 다를 거예요. 출연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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