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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작가님이 미쳤어요.”
배우 오정세는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나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단지 작가가, 대본이 미쳤다는 단 한 문장이면 괜찮다고 했다. 그 정도로 ‘동백꽃 필 무렵’ 대본은 오정세에게 완벽 그 이상의 놀라움이었다. “안 끝났으면 좋겠는데 종영”이라고 말할 정도로 행복한 현장이기도 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설렘, 행복을 느꼈다는 그는 주변의 반응도 다른 작품을 했을 때와 확연히 달랐다고 전했다. 예의상의 ‘잘 봤다’나 ‘재미있다’가 아닌 진심 가득한, 온도가 다른 리액션이었던 것. 오정세는 이런 반응들이 체감되는 만큼 뿌듯했다고 전했다. 또 누군가에게 위로, 응원이 되는 작품을 해서 행복했다고도 털어놨다.
누구나 인정하는 ‘동백꽃 필 무렵’의 대본. 하지만 이 대본을 120% 표현한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에게 이런 감동과 여운을 안기진 못했을 것. 극 중 얄미운 짓들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 만점 노규태 역을 연기한 오정세 또한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 못지않은 자신의 분야의 장인, 디테일 종결자였다.
“디테일들을 보여주는 게 1차 목표는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허리띠를 하나 끼워 넣고 다음 칸에는 안 채우는 디테일을 잡았다면 ‘노출이 된다면 허술함이 공감될 거야’라는 것도 있지만 굳이 그걸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카메라에 걸리면 걸리는 거고, 보이면 보이는 거고. 그건 규태라는 캐릭터를 잡기 위해, 제가 필요해서 한 거였어요. 옷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잖아요. 제가 연기하는데 편하니까 한 거였어요. 이걸 줌을 해서 보여주면 설명이 되어버리는 것 같고, ‘몰랐는데 그랬었구나’ 그 정도가 목표였죠.”
이런 디테일들은 노규태를 2% 부족한 사람, 허세를 부려도 정감 가는 사람으로 완성시켰다. 이에 밉상이 아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감초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여러 반응이 있었지만 오정세 본인은 ‘이 작품으로 국민 남동생 등극하나’라는 반응이 인상 깊었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극 중 부부 호흡을 맞춘 홍자영 역 염혜란과의 케미도 폭발했다. 두 사람은 올해 2019 K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 유력 후보 중 한 커플.
“혜란이는 10년 전에 저는 관객, 그 친구는 배우로 처음 만났어요. 그때 ‘저 배우 매력 있다’고 각인 된 친구였죠. 10년 만에 작품에서 부부로 만났어요. 기본적으로 마음이 열린 채로 만나게 됐죠. 현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상의도 하고, 시도도 해보고, 즐겁게 만들어갔어요.”
배우 오정세의 매력이 녹아든 노규태가 극 중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지긴 했지만, 표면적 행동만 놓고 보자면 부인을 두고 눈을 돌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캐릭터. 오정세는 규태의 행동들이 ‘불륜’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동백의 손목을 잡고 땅콩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밉고 혼나야 하는 행동이지만 ‘왜 그랬을까’를 생각했을 때는 ‘외로운 인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동백이를 사랑했던 게 아니고 향미도 사랑이라기보다 관심을 받고 싶어 움직였던 거죠. 그런 정서로 다가갔어요. 나쁜 행동을 하거나 진상을 부릴 때 대본에 스스로 메모해놨던 게 ‘선을 지키자’였어요. 이걸 넘어가면 불쾌하거나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요. 공감할 수 있게끔, ‘얼마나 외로웠으면’이라고 생각될 수 있게끔. 정당화는 아니지만, 그러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 안테나를 세우고 작업했어요.”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하며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동백이게에도 버려진 느낌보다 자신이 작아지고 속상한 감정이 들었다고. 오정세는 생각지도 못했던 정서들이 훅 찾아올 때 좋았다며 행복해했다.
‘미담제조기’로 잘 알려진 배우 강하늘에 대한 새로운 미담을 전하기도 했다. 극 중 두 사람은 티키타카 케미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한 막강한 콤비. 메이크업을 오래 하고 있다 보니 피부가 좋지 않았는데, 강하늘이 직접 순한 화장품을 챙겨줬다는 것.
“하늘이는 좋은 사람, 좋은 후배, 좋은 친구예요. 남도 알고 있고, 세상도 알고 있는 좋은 사람이죠. 하지만 그 좋은 사람이라는 시선이, 그는 아닐 수도 있으나,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다는 저만의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하늘이도 사람인데 꽝 치고 싶을 때가 있을 거 아녜요. 혼자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요. 언젠가 부담스러우면 안 될 텐데, 불편해서 하늘이의 이런 점들이 안 바래졌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있어요. 착한 사람이 상처를 덜 받았으면 좋겠거든요.”
인터뷰 당시는 오정세가 ‘스토브리그’로 돌아오기 전. 노규태라는 막강한 캐릭터가 존재하고, 다음 작품에서 다른 결의 강렬한 모습들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
“저는 그냥 오롯이 ‘동백꽃’의 규태 안에서 애정이든 애증이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사랑받았으면 해요. ‘스토브리그’는 그 안에서의 칭찬이나 질책이 있을 거잖아요. 작품마다 그 작품 안에서 오롯이 갔으면 좋겠어요,”
[사진 = 프레인TPC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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