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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시즌 초반에 비해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좋아졌다."
LG의 시즌 초반 약점은 김시래와 캐디 라렌의 2대2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었다. 어느 팀이든 핵심 공격루트는 있다. 다만, 핵심 루트에서 파생되는 찬스를 효율적으로 살리는 부분에서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드러난다.
2대2는 수비밸런스를 완벽히 무너뜨릴 수 있는 전술이다. 드리블러와 스크리너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선수에게 얼마든지 미스매치 찬스가 날 수 있다. LG는 그 동안 이 부분이 좋지 않았다. 승부처에 포스트의 라렌에게 공을 넣고 지켜보는 단조로운 패턴이 이어졌다. 그만큼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이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즌 중반 이후 강병현, 김동량 등 국내선수들의 득점가담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물론 승부처에 라렌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수비조직력이 무너져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건 맞다. 하지만, 국내선수들로 득점루트가 넓어지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1월부터 가드 유병훈의 출전시간이 늘어났다. 현주엽 감독은 12월까지 유병훈을 그다지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 정성우, 이원대 등으로 수비를 강화하는 전략을 많이 택했다. 하지만, 김시래가 부상으로 빠지고 공격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유병훈을 활용했는데, 효과가 쏠쏠하다.
기본적으로 유병훈은 경기조율과 패스센스가 좋은 가드다. 중앙대 시절부터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최근 유병훈의 경기조율과 어시스트가 상당히 날카롭다. 유병훈과 국내선수들이 효율적으로 내, 외곽을 누비면서, 자연스럽게 라렌의 의존도를 낮췄다.
유병훈의 경기조율과 어시스트가 국내선수들의 시너지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는 2일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병훈은 1쿼터 중반 골밑의 김동량에게 연속 네 차례 어시스트를 했다. 물론 김동량의 수비자 이대헌의 움직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빈 공간에 패스를 넣는 타이밍을 아는 것도 가드의 능력이다.
2쿼터에는 정희재의 3점슛 세 방 중 두 방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직접 3점포를 터트리기도 했다. 3쿼터에는 골밑의 라렌과 김동량, 외곽의 정희재에게 잇따라 어시스트를 했다. 라렌에게 공을 넣은 뒤 외곽에서 서 있는 악습이 완벽히 사라졌다.
전자랜드는 스위치디펜스를 했다. LG는 3쿼터 중반 갈비뼈 부상에서 회복, 지난달 31일 오리온전서 돌아온 김시래를 투입했다. 투 가드의 신장이 낮으면 상대 스위치디펜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자랜드는 장신포워드가 많은 팀.
그러나 유병훈은 경쾌한 움직임으로 스크린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거나 스피드로 가볍게 자신보다 큰 수비수를 제치고 질 좋은 패스를 했다. 현대농구에서 미스매치를 요리하는 건 큰 선수가 작은 선수에게 골밑에서 압도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최근 몸 놀림이 좋은 유병훈은 외곽에서 스크린을 받은 뒤 스피드로 적절히 수비수를 제쳤다. 간결한 움직임으로 순도 높은 활약을 했다. 4쿼터 초반 정희재와 라렌의 3점포를 잇따라 도우며 74-55.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15점 11어시스트. LG가 유병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제 라렌만 쳐다보지 않는다.
[유병훈.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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