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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공연 10분 전부터 처음 등장하는 천막 옆 타워에 들어가 있어요. 할 일이 없으니 기도를 하곤 하죠. 귀한 세 시간이 지난 후 모든 관객이 뜨거운 무언가를 갖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어요."
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규현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가 아닌 베테랑 뮤지컬 배우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가진 청년 '그윈플렌'을 연기하고 있는 그는 "내 만족도 중요하지만 보시는 분이 만족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지난 2018년 초연 당시 개막 한 달 만에 10만 누적 관객을 넘어선 '웃는 남자'가 돌아왔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17세기 영국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가 무너진 세태를 비판한다.
뮤지컬 '삼총사'(2010)를 시작으로 '캐치 미 이프 유 캔'(2012), '그날들'(2014), '해를 품은 달'(2014), '베르테르'(2015), '모차르트!'(2016)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규현이 오랜 공백기를 깨고 '웃는 남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회복무요원 시절 초연을 두 번이나 봤다. 뮤지컬 관계자가 '다음에 같이 하셔야죠'라고 했는데 웃어넘겼다. 그런데 계속 생각이 많이 나더라. 다른 제안도 있었는데 '웃는 남자'로 뮤지컬 컴백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4년 만의 복귀작인 만큼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지만 되려 초심으로 돌아가려 무던히 노력했다.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규현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연차만 쌓였을 뿐이지 오랫동안 작품을 안 해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는 것.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투정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미친 듯이 일하는 게 더 익숙하고, 딱히 휴식을 원하지도 않아요."
국내 대표 가창력 소유자로 손꼽히는 규현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규현은 "처음 뮤지컬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삼총사'를 지난 2010년에 시작했는데 발성도 전혀 몰랐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연출가가 모든 앙상블에게 저를 향해 욕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20분 동안 욕을 심하게 먹었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았죠. 작품을 하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특히 넘버를 표현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또 다른 '그윈플렌'인 엑소 수호, 이석훈, 박강현과 머리를 맞댔다. "연습 때마다 뭉쳐 다니면서 서로 공유"할 정도로 진한 동지애를 느꼈다고. 규현은 "느끼는 감정, 대사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다른 그윈플렌이 가장 도움 됐다"면서도 수호 이야기를 할 때면 유독 눈이 빛났다. "수호는 어디에서든 되게 멋있는데 저한테만 오면 아기가 돼버려요. 수호만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요. 자주 못 봤는데 뮤지컬 때문이라도 보게 돼서 좋아요."
여러모로 '그윈플렌'에 가까운 규현이다.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조명하는 서사처럼 "'왜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 그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무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박수받는 순간이 감동스럽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지막 공연까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규현은 "에피소드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무사히 실수 없이 완벽하게 끝내고 싶다"며 "'웃는 남자'를 '규현의 인생작이다', '뮤지컬 통틀어서 제일 좋다'고 말씀해 주는데 이게 끝까지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어서 뮤지컬을 초반에 보신 분은 다시 오셔야 해요. 모든 공연이 다 달라요."
[사진 = 쇼온컴퍼니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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