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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열악한 남녀농구대표팀 지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농구협회는 매년 대표팀 운영에 필요한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선수들은 100% 전력을 갖춰도 아시아, 세계의 강호를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대표팀의 미흡한 지원 속에 전쟁에 나가기도 전부터 사기가 떨어졌다.
그동안 농구대표팀 운영 및 지원에 대한 아쉬움은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거론됐다. 지난 몇 년간 몇몇 남자선수들이 취재진에게 비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은 많았다. 공식적으로는 박찬희(전자랜드)가 중국월드컵 지역예선 기간에 아쉬움을 표했던 사례가 있다.
여자대표팀의 경우 공식석상에서 대놓고 아쉬움을 표출한 건 지난주 올림픽 퀄러파잉토너먼트를 마치고 돌아온 박지수(KB)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농구판, 특히 남자농구보다 여자농구가 좀 더 보수적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혹시 바른 말을 하다 손해를 보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팽배하다. 그 성역을 깨고, 용기를 낸 최초의 선수가 박지수다. 박지수는 대표팀의 전술과 농구협회의 지원에 대해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 귀국장에서 쓴소리를 했다.
박지수는 16일 하나은행전 직후 "그런 말을 한 건 선수로서 쉽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건 아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내가 얘기 하지 않으면 아무도 얘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말했다"라고 돌아봤다.
바로잡은 부분도 있었다. 박지수는 "주위에서 선수들과 (이문규)감독님의 불화설로 몰아가던데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었다. 감독님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내가 피곤할 때 쉬게 해주는 등 배려도 해줬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술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고 토로했다. 즉, 이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나 아쉬움은 없었지만, 디테일한 경기 운용에선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는 뉘앙스. 사실 대다수 농구관계자가 지역방어에 크게 의존한 이 감독의 지난 2~3년간 스타일을 고운 시선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박지수가 불만족을 토로한 핵심은 농구협회의 지원 부족이다. 그나마 간혹 평가전을 갖는 남자대표팀과 달리, 여자대표팀의 A매치는 전혀 없다. 결국 국제무대서 맞붙을 상대에 대한 어설픈 분석 자료만 갖고 결전에 나섰다. 당연히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없었다.
하나은행 강이슬도 공감했다. "유럽국가 등 다른 나라와 친선경기가 있으면 좋겠다. 연습경기에 대한 지원 부족이 가장 크다. 항상 남중, 남고와 연습경기를 한다. 남중, 남고와 외국선수들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갑자기 유럽 선수들과 붙으면 좋은 선수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연습 경기에 대한 지원이 좋아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박지수는 물품 지원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나이키에서 지원을 해준다. 이것까지 말하면 어이가 없긴 한데, 하루에 연습복이 딱 두 벌 나온다. 물론 소속팀 옷을 입어도 되지만, 대표팀 아닌가. 조금 아쉽다"라고 했다.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보수적인 농구판에서 협회 혹은 벤치의 전술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도 수년간 농구협회의 대표팀 관련 행보는 기대 이하였다. 물론 선수들이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고 해도 농구협회가 당장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한 농구관계자는 "적어도 용기를 낸 선수의 진심이 곡해되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농구협회는 이런 논란이 나올 때마다 취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식 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
[박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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