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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의 미드 제작부터 흑백판 개봉, 차기작 계획까지 모두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선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2020) 4관왕 수상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이후 차기작에 대해 "특별할 건 없다. 이전부터 준비해온 두 개의 프로젝트를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차기작이 달라지는 건 없다. 몇 년 동안 준비해온 작품을 늘 하던 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저나 배우분들이나 제작사 식구들, 모두 평소 우리가 해왔던 그대로 찍은 영화다. 그런데 오늘날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를 얻은 거다"라고 덤덤하게 바라봤다.
봉준호 감독은 "어떤 목표를 정하고 찍은 건 아니었다.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정성스레 만든 것이었다. 차기작도 그 기조가 유지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라고 밝혔다.
쉴 틈 없이 차기작 준비에 뛰어들며, 영화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컴백은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남다른 위엄을 자랑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너무나 영광스러웠다"라며 "그동안 수고했고 이제 좀 쉬라고 하셨다. 대신 조금만 쉬라고 당부하셨다. 감독님 본인도 그렇고 다들 제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쉬고 일하라고 하시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했던 지난 6개월 동안 무려 600차례 외신 인터뷰, 관객과의 대화 행사 100회 이상을 소화한 봉준호 감독. 그는 "번아웃 판정은 이미 '옥자' 끝나고 받았었다. 그러나 '기생충'을 너무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영혼까지 긁어모아 만든 거다. 촬영 기간보다 긴 시간 동안 행사 일정을 소화했는데, 오늘 이렇게 얘기하니 마침내 끝이 나는구나 싶다. '기생충'은 2015년 초에 처음으로 얘기가 나온 작품이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참 긴 세월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쉬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께서 쉬지 말라고 하셔서 쉬지 않고 달릴 거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기생충'의 미국 드라마 제작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제가 프로듀서로서 참여하고, 연출하실 감독님들은 이후에 차차 찾을 거다. '바이스'의 아담 맥케이 감독님이 작가로서 합류했다. 그분과는 이미 몇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눴었다. 애초에 '기생충'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 그리고 오리지널 영화와 마찬가지로 블랙코미디, 범죄드라마 형식으로 만들 것이고 더 깊게 파고 들어갈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제 형식은 아니고, HBO에서 리미티드 시리즈라는 명칭을 붙였더라. HBO의 '체르노빌'처럼 5~6 에피소드로 완성도 높은 밀도의 TV 시리즈로 만들려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 캐스팅 소식에 대해선 "공식적인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며 "캐스팅은 이야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정정했다.
봉준호 감독은 "미드는 아직 구조 같은 걸 논의하고 있는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올해 5월에 '설국열차'의 TV 시리즈가 미국에서 방영되는데, 그것도 2014년부터 준비했던 거다. 5년여 만에 방송이 되는 걸 보면, 아마 '기생충'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해야 하니까 말이다. 아담 맥케이 감독님과 HBO 측과 순조롭게 첫발을 딛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26일 국내 개봉을 앞둔 '기생충' 흑백판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봉준호 감독은 "어떤 거창한 의미보다는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 로망이 있어서 만든 거다. 만약에 내가 지금 1930년대를 살고 있고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항상 그런 영화적인 호기심들을 품고 있었다"라며 "그런 마음에서 '마더' 때도 흑백 버전을 만들었었다. 영화 마니아분들이라면 그런 관심이 다 있을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똑같은 영화이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한 팬으로부터 '흑백으로 보니까 더 화면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라는 평을 들었다. 알록달록한 컬러들이 사라지니까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관객분들에게 재미있는 체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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