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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실제 야구 경기를 연상케 하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 실제 사례 응용 등으로 사실감을 더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는 야구 팬들로부터 "하이퍼리얼리즘", "우리 팀 이야기" 등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열광케 했다. 그만큼 생생한 디테일이 강점이었지만 한편으론 판타지적인 일부 서사가 몰입을 도왔다.
늘 우리가 꿈꿨던 이상적인 리더 백승수(남궁민)부터 우직한 면모와 출중한 능력이 어우러진 강두기(하도권)가 그랬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무뚝뚝해 재미는 없지만, 늘 옳은 편에 서있는 강두기를 응원했다. 강두기를 연기한 하도권(43)은 캐릭터 인기비결을 묻자 "강두기는 단 한번도 이기적인 선택을 한 적이 없다. 오로지 드림즈와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이타적인 행보만 보였다"고 분석했다.
"강두기는 정말 바른 캐릭터죠. 10개의 구단 모두가 꿈꾸는 모습이 들어간 캐릭터에요. 그래서 FM 같을지라도 미워할 수 없어요.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자칫 '꼰대'같을 수도 있지만 늘 자신이 아닌 다른 선수들이 먼저였고요. 또 팬들은 연고지, 로컬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최고의 선수가 돈을 보는 대신 로컬 선수로서 첫 의리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임동규(조한선)가 드림즈로 돌아오던 날,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임동규와 함께 노래와 춤으로 그 순간을 즐겼다. 하지만 강두기는 홀로 앉아 박수를 친 뒤 작게 춤을 따라해 웃음을 안겼다. 방송 직후 해당 장면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짤방' 형식으로 유행했다.
하도권 역시 "저도 그 '짤방'을 많이 봤다. 강두기가 투박해보이고 세밀하게 감정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다 느끼는 캐릭터다. 임동규가 돌아왔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다만 그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거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동규 동규 임동규' 노래는 차엽이 만들었다. 대본에 없었는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었다. 저작권은 차엽에게 있다"고 깜짝 밝혀 웃음을 안겼다.
강두기와 비슷한 면모가 있냐고 묻자 하도권은 "제 안에 강두기와 같은 성격이 있긴 하다. 그러나 강두기처럼 그렇게 정의감이 있지는 않다. 전 타협을 한다. 또 강두기는 야구선수로서 큰 획을 걷고 있는 국대 1선발이지만 저는 미비한 포지션이다. 강두기를 연기하면서 빙의되는 수준까지 일체화됐다. 강두기를 연기하면서 굉장히 많은 힘을 받았다. 배우로서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실력 있는데, 연기도 잘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제가 강두기보다는 더 위트도 있고 재밌는 사람이에요. 강두기는 성직자 같지 않나요? 늘 고뇌하고 고난의 길을 걸어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에요. 저렇게 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것 같고요. 그게 진짜 카리스마죠."
이어 하도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이름을 떨친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PD의 호흡도 치켜세웠다. 신인임에도 불구, 뛰어난 케미를 자랑한 것을 언급하며 "둘이 부부인 줄 알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환상적이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성향도 되게 비슷했던 것 같다. 너무 좋았다. 이런 유쾌하고 밝으면서도 집중되는 현장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 경험해본다"라고 감탄했다.
"감독님은 할 말 다 해요. 대신 기분 나쁘지 않게 하죠. 전지훈련 장면에서 바이킹스가 공을 친 뒤 우익수가 잡아요. 제가 박수를 치면서 나가는 걸로 끝인 장면인데, 제가 기분이 좋아서 손가락질을 했어요. 그랬더니 '강두기 에이! 겉멋 들었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찍었어요.(웃음) 정확한 디렉션을 주시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밝은 분위기 안에서도 완벽한 집중을 이뤘다는 게 이런 거 같아요. 되게 어려운 일인데, 좋은 장악력 덕분에 디테일이 살아남았죠."
하도권은 시즌2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며 "다시 드림즈란 세계 속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드라마였지만 결국 사람들이 원하고 살고 싶어 하는 삶의 모습이 다 담겨있었다. 마치 '미생' 같다. 각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였다. 특별한 성공이 아니라 우리처럼 비슷하게 소외된 사람들이 만든 성공의 과정이었다"고 '스토브리그'의 의미를 강조했다.
"어려운 드라마였고, 어렵게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팬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죠. 아름답고 값진 열매가 됐어요. 따뜻하게 사랑해주셔서 무한하게 감사합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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