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한 '인간수업'? 그게 맞아요"…김동희가 강조한 '인간수업'의 필요성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인간수업'을 계기로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범죄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더 줘야 하고요. 무관심 속에서 범죄가 벌어질 수 있어요."

김동희는 7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감독 김진민) 공개와 관련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부터 배우 김동희와 관련한 여러 질문들에 답했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각본은 드라마 '모래시계'를 집필했던 송지나 작가의 아들인 진한새 작가가 썼다.

10대 청소년들의 성매매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고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날카롭게 다루면서 이 작품은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 톱10 콘텐츠' 1위에 올랐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인생에서 범죄라는 잘못된 답을 고른 10대 주인공 지수(김동희), 민희(정다빈), 규리(박주현), 기태(남윤수)가 극을 이끈다. 한국 드라마에선 금기시 되는 청소년 성범죄 문제에 도전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해외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 역시 넷플릭스 사용자들의 구미를 단숨에 당기고 있다.

이 가운데, 드라마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인지도를 높인 김동희의 활약이 시선을 끈다. 그는 부모의 가출 이후 청소년 성매매 브로커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인 지수 캐릭터로 분했다. 지수는 시험에서 올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순진한 모범생으로 그려지나 실상은 '스카이 대학'을 목표를 두고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인 인물이다. 김동희는 이중적인 인물을 이질감 없게 표현해내며 연기력으로도 찬사를 받았다.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냐 묻자 김동희는 "제 주변 분들이 굉장히 좋게 봐주셔서 처음엔 신기했다.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칭찬에 약하다. 이 작품이 나오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아직까지 되게 낯설고 신기하다.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에 참여했다는 게 의미 있고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다. 작년 8월에 촬영을 마치고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증이 있었다. 감독님이 되게 잘 만들어주셔서 저도 즐기면서 했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윤리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연기하게 된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배우를 꿈꾸면서 지금까지 봐왔던 시나리오와 영화 대본 가운데 센세이션하고 신박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한국 드라마 형식에서는 이런 소재를 다루는 게 어렵지 않았나. 그래서 많이 끌렸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고 감독님이 하셨는데, 저도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적도 많았다. 지수에게 이입이 될 때도 있고, 벗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저는 지수에게 완전히 이입해서 보면 찝찝하다는 감정을 여러 번 느꼈다. 그게 잘 전달 된 것 같다"며 "연기에 대한 호평도 너무 감사하다. 제 모습이 낯선 순간도 많았다. 나답지 않다는 감정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잘해서, 지수를 잘 표현했다고는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다"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지수를 연기하면서 지치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민희(정다빈)에게 마지막에 무릎 꿇고 울면서 사과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침에 바스트샷만 엄청 찍었어요. 감정이 이해가 안 갔거든요. 감독님에게 이걸 이해하며 이야기하기가 힘들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저에게 집중하라고 하시면서 시간을 많이 주셨죠. 힘들게 찍었던 기억이 나요. 열 번이 넘게 에너지를 다 쏟아내면서 우니까 촬영 끝난 후엔 힘이 하나도 안 나더라고요.(웃음)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저는 상황에 몸을 던지고 본능적으로 따랐어요."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현장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했다고. 김동희는 "지난 촬영 현장에서는 형들과 웃으면서 많이 촬영했는데, '인간수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 지수로서 긴장감을 유지했어야 했고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많았다. 또 지수 같은 경우엔 실제로 사회성이 없는 친구이지 않나. 그래서 누군가와 떠들다가 촬영을 한다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많이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혼자 집중을 많이 했다. 촬영 후에 다 친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김동희는 "지수를 연기하기 위해 사람의 이중성에 대해 공부를 했다. 관계 및 장소에 따라 다른 인간을 생각했고 직장에서의 모습, 친구들과의 모습 등 관계성에서 오는 인물의 태도와 감정 등을 고민했다. 지수는 어떠한 소속 집단이 없다. 학교라는 공간과 개인적인 공간으로 나눠지는데, 사회성이 많이 결여된 친구라서 그걸 최우선적으로 봤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일 수도 있지만 목적의식이 뚜렷한 친구다. 그걸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다. 연기할 때 이중성에서 오는 힘든 점은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인간수업'은 청소년들의 말투와 태도 등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사실감을 불어넣었다. 일명 '급식체'라 불리는 청소년들만의 신조어도 어색함 없이 표현돼 흥미를 더했던 바. 김동희는 "저는 제 나이에 비해서 신조어도 잘 모른다. 대본 보고 모르는 단어들이 굉장히 많았다. 저희 반 배우 분들이 에너지 넘치게 잘해주셨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게임할 때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잘 담긴 것 같다"고 전하며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에 호평이 쏟아지고는 있으나 대중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리고 있다. 최근 'n번방 사건' 등으로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걷잡을 수 커진 가운데 등장한 자극적인 작품인 만큼 반발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 특히 주인공인 지수에게 "불우한 환경 탓에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식의 서사가 주어져 범죄자 미화를 우려하는 반응도 거세다.

김동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대신 각 캐릭터에 이입을 하게 했다가도 다시 빠져 나오게 하는, 이입을 막는 장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드라마의 메시지가 다가온다. 제 주변 친구들도 보고 나서 찝찝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잘 전달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관찰자 시점에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지수를 용서하면 안 되지만 어느 순간 이입을 하면 지수가 안타깝고, 안 잡히면 좋겠고, 불쌍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찝찝하다. 여러 반응들이 있지만 제가 처음 대본을 보고 느꼈던 건 관찰자로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희는 "작년 8월에 촬영을 마쳤는데 있어서는 안 될 사건('n번방 사건')이 터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을 더 좋은 계기로 삼아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범죄자들은 엄중하고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더 관심을 줘야 한다고 본다. (극중 상황이) 생소하지만 현실일 수도 있어요. 무관심 속에서 이런 나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며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저도 성인이 된지 얼마 안 됐는데, 제 청소년 때를 생각해보면 이미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녔어요. 지수를 연기할 때도 그걸 생각했죠. 판단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쉽게 범죄가 더 일어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른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작품을 시작할 때, 이걸 보고 어른들이 많은 생각을 하실 것 같았어요. 있어서는 안 될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그 덕분에 (범죄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1순위로 들었어요. 최근에 그런 사건이 터지면서 그 마음에 확신이 들었고요. 지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범죄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도 영향력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김동희는 '인간수업'의 의미를 두고 '선택'과 '책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범죄가 되고 무엇이 됐든, 자신의 선택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수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나이도 어렸다. 그런 선택을 해선 안 됐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절벽 끝에서 괴로워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인간 수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수업'을 통해 자신의 새 얼굴을 발견해 신기했다던 김동희. 시즌2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열린 결말에 대해 "나도 궁금하다"며 "지수가 새로운 조력자를 만날 수도 있고, 규리와 떠돌이가 될 수도 있다. 지수가 또 벌을 받을 수도 있고 지수와 규리 둘 중 한 명이 배신할 수도 있다. 저도 여러 가지 스토리가 떠올랐다. 쉽게 생각이 안 난다. 작가님께 한 번 여쭤보겠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시즌2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게 없다. 하게 된다면 저도 무조건 하겠다"고 강조해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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