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남들보다 보는 구간이 긴 것 같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는 애버리지와 장타를 모두 잡았다. 웨이트트레이닝 방법에 변화를 줬고, 일본 타자들의 타격폼을 참고했다. 정교한 톱타자에서 무결점 완성형 중심타자로 거듭났다. 올 시즌 48경기서 타율 0.371 출루율 0.431 장타율 0.624 OPS 1.055 7홈런 33타점 33득점.
손혁 감독은 두 가지를 주목한다. 일단 남다른 유전자다.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손 감독은 27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선천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했다. 과거 메이저리그 한 구단의 스카우터는 손 감독에게 "(이 전 코치의)아들이 야구를 하면 성장과정을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또 하나는 선구안이다. 동체시력이 좋다. 손 감독은 "이종범 선배도 보는 눈은 되게 좋았다"라고 했다. 그래도 특별하다. 그는 "다른 타자보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지는 시점을 잘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SK 투수코치 시절에도 정후는 볼이 되면 다른 타자보다 타석에서 먼저 빠져 나왔다"라고 돌아봤다.
손 감독은 이를 두고 "남들보다 보는 구간이 긴 것 같다"라는 표현을 했다. 과거 이정후가 팀 동료투수 신재영의 라이브피칭 때 타석에 들어섰는데, 손 감독이 왜 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정후는 "저 앞에서 (볼인 게)보였다"라고 했다.
남들보다 팔뚝과 손의 움직임을 빨리 캐치하고, 공을 오래 지켜본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스트라이크존이 생겼다. 고타율을 유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강한 스윙을 하니 장타력마저 향상됐다. 이밖에 손 감독은 테이크백 이후 방망이가 겨드랑이까지 나오는 시간 역시 짧다고 지적했다. 임팩트 순간까지의 대응시간이 짧다는 의미다.
투수가 투구판을 밟고 투구동작에 들어간 뒤 공을 던지면, 그 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오는 시간은 아주 짧다. 대부분 타자는 사실상 어느 정도는 예측 타격을 해야 한다. 야구선수라면 그래도 찰나의 움직임을 잘 본다. 이정후는 그 능력이 더욱 좋다. 28일까지 볼넷 20개에 삼진은 14개.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손 감독은 "공격적인 타자인데, 배드볼히터도 아니다"라고 했다.
만약 손 감독이 현역 투수라면 타자 이정후를 잡아낼 수 있을까. 손 감독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정후도 4할을 못 치는 타자이니까. 그러나 대단한 타자다. 그렇게 치는데 감독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심해야 할 건 부상"이라고 했다.
손 감독이 이정후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체력안배다. 박준태와 수비 포지션을 자주 맞바꿔준다. 이정후의 주 포지션은 활동량이 가장 많은 중견수. 그러나 간혹 박준태에게 중견수를 맡기고 우익수로 기용한다. 일요일 경기에는 지명타자로 내보내 경기가 없는 월요일까지 체력안배를 유도한다. 실제 28일 고척 KIA전서 그렇게 했다.
손 감독은 "중견수는 수비범위가 넓으니 피곤할 수 있다. 정후가 피로하다 싶으면 우익수에 배치해 움직임을 줄여준다. 상대 투수에 따라 하루쯤 쉬게 하는 것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본인이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라고 했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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