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상무에서 군 복무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김우겸(34)에게 지난 10여년은 프로선수로서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익숙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2020년은 프로선수가 아닌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분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김우겸은 2019-2020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019년 FA 자격을 취득, SK와 2년 재계약을 맺어 계약만료까지 1년 남은 상황이었으나 모교 한양대 코치로 새 출발하게 됐다.
김우겸은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이후 SK에서 꾸준히 백업 빅맨으로 경력을 쌓아왔지만, 2019-2020시즌은 팀 전력이 탄탄한 가운데 허리부상까지 겹쳐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우겸은 “갑자기 (은퇴를)통보 받은 게 아니었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시원섭섭했지만, 그래도 충격을 받은 건 아니었다. 허리부상으로 오랫동안 쉬었고, 1군 선수들과 동행을 못한 데다 자리도 없다 보니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우겸은 이어 “평생 농구만 해왔으니 당연히 아쉬움은 남는다. ‘더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승(2017-2018시즌)을 경험한 후 은퇴할 수 있어 영광이다. 우승반지 1개 못 갖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김우겸은 한양대 코치로 부임, 오창환 코치와 함께 정재훈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SK는 계약기간이 남은 김우겸이 제2의 농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진로를 모색해줬고, 1년간 코치 월급을 대신 지급해주기로 했다. 김우겸은 SK에 대해 “선수 때도 너무 잘 챙겨주셨는데, 은퇴 후에도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김우겸은 얼리엔트리로 참가한 2009 드래프트서 1라운드에 지명됐지만, 화려한 경력을 쌓은 선수는 아니었다. 주축선수들이 파울 트러블에 걸렸을 때 투입되는가 하면, 궂은일을 도맡는 블루워커 타입이었다. 프로무대에서 10시즌(군 제대 직후 시즌 포함) 통산 279경기를 소화했다.
프로라는 무대에 선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알고 있다. 지도자가 된 후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우겸은 “모교 코치로 와보니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아직 선수들의 프로 입단이 결정되지 않은 데다 졸업반이 된다고 다 프로에 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에도 마음 한 구석으로 지도자를 염두에 뒀던 김우겸이 그리는 이상적인 지도자는 ‘선수를 위한 지도자’다.
김우겸은 “선수가 발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팀 성적 못지않게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빅맨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는데,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면 가르칠 맛이 난다. 선수들도 MBC배를 앞두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훈련만 소화하느라 지친 부분도 있었을 텐데, 프로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생겨서인지 최근 들어 집중력도 더 높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우겸은 더불어 “그동안 좋은 환경에서 운동만 했다.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준비해야 한다. 나 스스로도 배울 게 많아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선수를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는 마음 변하지 않고 열심히 임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우겸.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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