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이날은 결코 프로의 수비라 할 수 없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과 함께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프링캠프부터 ‘견고한 수비 라인’ 구축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유민상, 김규성, 박찬호, 나주환 등 수비가 화려하지 않은 선수들로 리그 최소 실책 4위(53개)를 만들어냈다. 안치홍의 이적, 김선빈, 류지혁의 부상 이탈에도 나름 안정적인 수비로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윌리엄스 감독은 “야구를 하다보면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선수를 신뢰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날 수비는 윌리엄스 감독도 고개를 숙일 정도로 참담했다. 보이지 않는 실책과 보이는 실책이 모두 발생했다. 시작은 유격수 박찬호였다. 2회 2사 1루서 유강남의 느린 땅볼 타구를 제대로 송구하지 못한 것. 포구에는 성공했지만, 공을 글러브에서 빼내는 과정에서 공을 놓치는 실수가 발생했다. 기록은 내야안타. 다행히 선발 이민우가 장준원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만루서 정주현을 삼진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3회에는 중견수 최원준이 보이지 않는 실책을 두 차례나 범했다. 선두 홍창기 타구의 낙구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3루타를 허용했다.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를 뒤쪽이 아닌 동일선상에서 쫓아가며 타구가 뒤로 빠져버렸다. 이민우는 3루 위기서 오지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채은성의 좌익수 뜬공 때 무리하게 2루를 노린 오지환이 태그아웃되며 분위기가 다시 KIA로 넘어온 상황. 그러나 김현수의 볼넷에 이어 최원준이 이형종의 날아오는 타구에 엉뚱한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1타점 3루타를 내줬다. 타구와 글러브의 거리가 멀었음에도 근본 없는 다이빙을 시도하며 한 베이스를 더 내주고 말았다. 흔들린 이민우는 결국 라모스, 장준원에게 적시타를 맞고 2회에만 대거 4실점했다.
4회부터는 내야가 말썽이었다. 다시 박찬호였다. 선두 홍창기의 빠른 타구를 포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노스텝으로 한 1루 송구가 크게 벗어났다. 이번에도 기록은 내야안타. 이민우는 오지환의 야수선택과 도루로 처한 1사 2루서 채은성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날 5실점 모두 자책점이었다.
5회에는 기록도 실책인 실수가 나왔다. 1사 2루 위기에서 장준원이 내야 뜬공을 쳤다. 타구가 투수, 포수, 3루수 사이 애매한 위치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3루수 루키 박민이 콜을 외치며 타구를 쫓아갔지만 포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남재현이 정주현을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KIA 수비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8회 1사 1, 3루서 포일로 추가 실점한 뒤 이형종의 볼넷으로 계속된 1사 1, 2루서 이성우의 타구를 잡은 박찬호가 2루에 송구 실책을 범했다.
수비가 크게 흔들린 KIA는 결국 LG에 1-10 완패를 당하며 잠실 2연전을 모두 내줬다. 실수에도 늘 선수들을 다독였던 윌리엄스 감독도 이날만큼은 속출하는 실책에 잠시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위부터 박찬호, 박민.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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