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3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고 던져라."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1일 고척 키움전 선발투수로 우완 김현수를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가족의 사고로 미국으로 돌아간 애런 브룩스의 빈 자리. 장현식에게 기회가 한 차례 갔고, 이번에는 김현수의 차례였다.
김현수는 FA 안치홍(롯데 자이언츠)의 보상선수로 입단한 우완투수다. 1일 키움전 전까지는 구원으로만 등판해 별 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다만, 지난달 23일 광주에서 키움을 상대로 5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잘 던지긴 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경기 후 "그때는 편한 마음으로 건졌다"라고 했다. 이미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뒤였다. 오히려 이날 선발 데뷔전을 더 긴장하면서 준비했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준비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날 선발 등판을 준비하면서 양현종 등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양현종은 김현수에게 "3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고 준비해라. 나머지 이닝은 보너스라고 생각해"라고 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기량이 나온다는 걸 베테랑 투수는 잘 안다.
김현수는 "그 말을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던졌다"라고 했다. 심지어 양현종은 김현수에게 "1~2점을 준다고 생각하고 올라가라"고 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김현수는 5이닝 동안 7탈삼진에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봉쇄하고 이적 후 첫 선발승을 챙겼다. 팀의 단독 5위 도약을 이끌었다.
김현수는 "탈삼진 7개가 영광스럽다. 그동안 삼진을 많이 잡아본 기억이 딱히 없다. 김민식 선배님이 커브를 믿고 사인 내줬다. 나도 자신 있었다"라고 했다. 김민식에게 과감하게 고개까지 젓고 커브 사인을 내기도 했다.
김현수는 "서재응 코치님이 나만의 투구를 하라고 했다. 내가 자신 있는 구종은 커브다. 돌파구가 없는 상황서 커브를 던지면 좋은 투구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라고 했다. 키움 타자들은 김현수의 커브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커브는 롯데 시절부터 연마했고 KIA에서 주무기가 됐다. 김현수는 "롯데 시절에는 느리게 던졌는데 서재응 코치님 말을 듣고 그립을 바꿨고, 세게 던졌다. 자신 있게 던지라는 말에 강하게 던지다 보니 영점이 잡히면서 자신이 생겼다"라고 했다.
2-0으로 앞선 6회말부터는 불펜을 믿었다. 김현수는 "계속 불펜 형들을 믿었다. 승리에 대한 생각도 했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형들이 승리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민식 선배님이 사인을 내주는 것만 보고 던졌다"라고 했다.
사실 KBO리그서 김현수는 LG 강타자가 더 유명하다. KIA 김현수는 아직 야구 팬들에겐 낯설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다. 그 분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전혀 속상하지 않다.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나도 언젠가 그 선배처럼 유명해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현수의 롯데 시절 1군 무대 첫 상대가 공교롭게도 김현수(LG)였다. 김현수는 "안타를 맞았다"라고 돌아봤다.
안치홍이라는 이름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1군에서 계속 안 좋다 보니 죄송스럽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압박감도 들었다. 이제 계속 이렇게 던지고 싶다. 자신 있게 던지고 싶다. 언젠가는 양현종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라고 했다.
[김현수. 사진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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