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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나를 찾아주고 위로해준 '돌멩이'에게서 작은 희망을 느꼈어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요."
배우 송윤아(47)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돌멩이'(감독 김정식) 홍보차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 취재진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돌멩이'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마음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김대명)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송윤아를 비롯해 김대명, 김의성이 출연했다. 지난 2018년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지적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부터 우리가 믿는 '믿음'이란 가치의 실체까지 섬세하게 파고들었다. 인간이 지닌 불완전한 믿음과 인간의 시선도 다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끔 유도하고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 가운데,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송윤아는 성당 산하의 청소년 쉼터 소장 김선생으로 분했다. 극중 은지(전채은)를 보호하기 위해 석구를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지만 송윤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의 진폭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드라마 '마마', '어셈블리', '더 케이투' 등 주로 브라운관 너머로 대중과 소통했던 송윤아의 반가운 복귀였다.
송윤아는 '돌멩이'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시나리오를 읽어봐달라고 연락이 왔다. 저는 언제부턴가 일을 많이 안 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있다 보니 들어오는 작품을 다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이 있었다. 드라마 대본만 받고 있던 중에 영화가 저한테 왔다는 게 신기했다. '나한테? 웬일?'이라는 마음이 더 컸다. 제가 이 영화를 할 거라는 생각으로 본 게 아니라 들뜨고 신기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영화가 저에게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솔직한 말도 덧붙였다.
"가볍게 그렸지만 주제가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다 읽고 나서 몇 분간 소파에 그냥 앉아있었어요. 많은 생각이 오고갔거든요. 그냥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나요. 또 저를 생각해준 부분이 감사했어요. 김선생이라는 인물을 훨씬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은데 저를 생각해줬다는 것에요. 그래서 하게 됐죠. 또 영화가 스케줄 면에서는 여유로울 수 있지만 거의 지방 촬영이거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결정하기가 어려웠어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송윤아를 향해 '전사'라고 표현해 호기심을 자아냈던 김정식 감독이다. 송윤아는 "감독님이 저에게 느꼈던 이미지와 다른 걸 입혀보고 싶었다더라. 작품 속의 송윤아는 왠지 늘 약자 편을 들어줄 것 같고, 두루두루 살피는데 김선생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믿음이 답이라고 믿고 가는 인물이다. 그런 이면성을 저로부터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윤아는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김선생은 내가 하면 안 됐다'라고 생각했다. 모든 배우들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본다.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든 그 배우의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저는 자꾸 송윤아가 보여서 아쉬웠다. 속상했고, 김선생에게 누가 된 것 같아서 미안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2년 전에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그 때는 저만 보였어요. 너무 부족한 것만 보였거든요.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김선생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는데, 왜 저러고 있나만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다른 배우들도 못 봤고 작품도 잘 못 봤어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던 거죠. 제가 TV를 보면서도 많이 우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말도 못할 정도로 울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우는 영화가 아닌데 석구만 나오면 눈물이 났어요. 이번에 다시 보니 김대명 씨가 너무 놀랍더라고요. 그 사람의 눈만 봐도 눈물이 났으니까. 또 동네 사람들까지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엔 김선생만 빼고 다 잘했어요."
은지라는 캐릭터로 첫 연기를 선보인 아역 배우 전채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송윤아는 "채은 양은 '돌멩이'가 첫 작품이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데 카메라 앞에서 자신만만해하니까 신기했다. 정말 잘하더라. 감독님이 전혀 잡아주시지도 않았는데 잘했다. 차라리 저를 잡아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연기는 타고 나는 건가보다. 촬영을 한 이후로 그 친구가 어떠한 작품도 참여를 안 했다고 한다. 그것도 신기했다. 다시 이 연기를 하게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라고 말했다.
또 송윤아는 열린 형태로 퇴장한 김선생의 마지막 장면도 언급했다. 그는 "김선생의 이후를 상상해보면, 김선생은 비겁한 인물이 아니다. 끝날 때쯤 '내가 봤던 게 다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나로 인해서 한 사람이 힘들어졌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라며 "마지막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이 어려웠다. 시나리오에는 감정이 안 나와있었다. 어떻게 표현할지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답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했다. 2테이크만 찍고 갔는데 철수를 하고 있었다. 저는 아쉬워서 '이래도 되는 거 맞나' 싶었는데 감독님은 '왜 그러냐'는 식으로 쳐다보시고 계시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송윤아는 이날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연신 겸손한 대답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매 작품마다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자타공인 괴물 연기력의 소유자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저로 인해서 누가 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이 영화는 제게 들어왔던 것부터 신기하게 생각했어서 붕 떠보이지 않으려고 했다"며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여유로워지고 자신만만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제 모습을 보게 된다"라고 전했다.
"제 연기에 만족한 적은 솔직히 단 한번도 없어요. 아이가 조금 자라고 드라마에 복귀하는 5~6년 사이에 '내가 연기를 좀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작품이 하나 있긴 해요.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었는데 그 작품을 하는 동안에 너무나 많은 분들이 온라인상에서 극찬을 해주셨거든요. 그때 잠시 자아도취에 빠졌어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였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된 줄 알고 다음 작품을 했는데 또 헤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내가 잘한 게 아니었구나' 싶었어요.(웃음). 내추럴한 모습이 아니라 약간의 무장을 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그랬던 거죠. 제가 아니라 그 어떤 분이 하셨어도 좋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돌멩이'는 송윤아에게 큰 공감을 안긴 작품으로 남았다. 그는 "상황이 다를 뿐이지,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에게 익숙한 상업적인 성격의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노개런티 참여?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도, 내 이웃도, 내 가족도 겪을 수 있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또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중요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상처들이 다 있지 않나. 이 영화가 저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식혀주고 위로해줬다.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이야기고 이게 영화로 각색이 되고 만들어졌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영화이지 않을까 싶은 작은 희망을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오늘 다짐해도 내일 되면 잊어버리고 또 다른 상황에서 살게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부분을 한번만이라도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어제보다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보니까 저한테 한 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건, 어느날부터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때로는 상처를 입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감사한 존재들을 알게 됐어요.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더 깨달으면서 살았어요."
송윤아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했지만 건방지게도, 내 작품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보고 싶고 생각나는 작품이 있는 반면 민망할 때도 있다. '돌멩이'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실 상업 영화는 아니지만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저를 찾아준 작품이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26년 연기 인생을 살아온 송윤아는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계속 앞뒤가 안 맞는 대답을 하게 된다. 저도 욕심이 난다. 드라마도 하고 싶고 영화도 하고 싶다. 막상 어떤 기회가 오면 나를 둘러싼 이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어렵다. 이 또한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15일 개봉.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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