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흔히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이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때 '우승청부사'라는 표현을 쓴다. 과연 KBO 리그에서는 '우승청부사'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진짜 명장은 몇 명이나 있을까.
KBO 리그의 역사는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한 감독은 15명이 전부다.
김영덕(1982년 OB)부터 김응용(1983, 1986, 1987, 1988, 1989, 1991, 1993, 1996, 1997년 해태, 2002년 삼성), 강병철(1984, 1992년 롯데), 백인천(1990년 LG), 이광환(1994년 LG), 김인식(1995년 OB, 2001년 두산), 김재박(1998, 2000, 2003, 2004년 현대), 이희수(1999년 한화), 선동열(2005, 2006년 삼성), 김성근(2007, 2008, 2010년 SK), 조범현(2009년 KIA), 류중일(2011, 2012, 2013, 2014년 삼성), 김태형(2015, 2016, 2019년 두산), 김기태(2017년 KIA), 트레이 힐만(2018년 SK)까지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재밌는 사실은 '우승청부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팀에 입성한 감독 중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인물은 단 1명 뿐이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두 팀 이상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감독은 1명 밖에 없었다.
바로 김응용 감독이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의 V9을 이끌고 삼성의 러브콜을 받았다. 삼성은 2000년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려다 실패했던 아픔을 1년 만에 만회하고 2001년 정규시즌 우승,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꽃을 피웠다. 1985년 통합 우승은 있었지만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했던 한풀이를 한 것이다.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승 감독의 대부분은 우승이 목마른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처럼 새로운 팀에서 영광을 얻지는 못했다. 김영덕 감독은 1982년 OB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1985년 삼성의 통합 우승을 지휘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198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국시리즈 무대는 자주 밟았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횟수로는 준우승만 6차례.
롯데의 유일한 우승 감독인 강병철 감독은 이후 한화와 SK 감독직을 맡고 심지어 롯데로 또 한번의 컴백을 이루기도 했으나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백인천 감독도 1990년 LG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고 삼성과 롯데 사령탑을 맡았지만 우승과 거리가 있었다. 1994년 LG의 신바람야구를 이끈 이광환 감독도 한화와 히어로즈에서 기회를 얻는가 하면 LG로 컴백하기도 했지만 역시 우승은 없었다.
1995년과 2001년 베어스의 영광을 함께 한 김인식 감독도 한화에서 2006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현대 왕조를 이끈 김재박 감독도 '우승청부사'의 자격으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조차 이끌지 못했다. 삼성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선동열 감독도 KIA 유니폼을 입고 개선장군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SK에 와서야 우승의 꿈을 이룬 김성근 감독은 '야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화 감독에 부임해 화제를 낳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조범현 감독도 KT 초대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하위권을 전전했다.
최근 사례는 류중일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삼성에서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오른 류중일 감독은 2018시즌을 앞두고 LG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평생 삼성맨'이었던 류중일 감독이 LG의 선택은 받은 이유는 역시 하나. 바로 우승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류중일 감독 체제의 LG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역시 우승이라는 지상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끝내 사퇴해야 했다.
'우승청부사'는 환상의 신기루 같은 존재인 것일까. 최근 KBO 리그에서는 감독 선임 트렌드 역시 변화하고 있다. 우승 경력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는 LG는 현대 야구의 트렌드에 맞는 인물을 고려하고 있으며 40대 대표이사를 앉힌 한화도 젊음의 물결에 동참할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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