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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대중에게 진실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배우 하준(34)은 30일 오전 영화 '잔칫날'(감독 김록경) 홍보차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취재진과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잔칫날'은 무명 MC 경만(하준)이 아버지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슬픈 날 아이러니하게도 잔칫집을 찾아 웃어야 하는 3일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조연부터 단역까지의 연기 경험이 있는 김록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울고 싶지만 웃어야 하는 남매의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현실의 팍팍함을 그려내며 죽음의 순간에도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우리 사회를 뼈아프게 담았다. 이야기의 진정성이 통한 덕에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배우상, 관객상, 배급지원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블랙독', '배드파파', '미씽: 그들이 있었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하준은 '잔칫날'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잔칫집을 찾는 무명 MC 경만을 연기하며 장례식날 홀로 장례식장을 지키며 상주인 오빠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는 경만의 동생 경미 역의 소주연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미숙한 상태에서 맞이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좌절감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오디션을 보고 영화에 합류했다고 밝힌 하준은 "배우들은 누구나 감정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것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기회가 생겨 하게 됐을 땐 설렘과 두려움을 같이 느낀다.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같이 있었다. 어떻게든 잘 버텨내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삼천포에서 80%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저는 삼천포라는 곳을 처음 가봤다. 장소 자체가 제게 주는 힐링이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숙소 앞에 바닷가가 보인다. 많이 걸어 다니고 해지는 모습도 보면서 많이 추스르고 스스로 다스렸다. 질문도 많이 던졌다. 삼천포라는 공간 자체가 제게 굉장한 위로를 줬던 공간이라 심리적으로 괴롭거나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MC를 방불케 하는 진행 연기를 자랑한 하준은 "실제로 행사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었다. 준비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틀에서 아르바이트에서 하던 애드리브를 섞어서 넣었다"며 "잔치 장면에서 랩하듯이 자기소개하는 부분은 대본에 있던 거라 최대한 맛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부가적인 제가 행사하면서 겪었던 뉘앙스를 넣었다"며 "저 또한 여느 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르바이트의 삶을 살았다. 영화관 아르바이트도 했었다. '범죄도시' 무대인사 때 그 곳을 방문해 감회가 새로웠다. 행사 아르바이트는 화장품 가게에서 했다. 여름에 핫플레이스로 가서 게임도 진행하고 회원가입도 유도하는 활동을 했다. 대학로에서 무대 크루도 많이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그런 식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이어 "촬영이 사실 다 쉽지는 않았다. 저예산이다 보니 시간과의 싸움이 많이 있었다. 염을 하는 장면은 실제 염을 하는 장소에서 했다. 장소가 주는 압박감이 있었다. 제약된 시간 내에서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폭이 정해져있어서 해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또 잔치하는 장면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 쉴 때 틈틈이 어르신들의 사회를 실제로 봐드렸다. 노래도 불러드렸다.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내자는 생각이었다. 지나고 나니까 다같이 끈끈했던 장면이라 웃으면서 재밌게 말할 수 있는 기억이 됐다"라고 말했다.
남매 호흡을 맞춘 소주연과의 연기 합은 어땠을까. 하준은 "촬영 전부터 여러 차례 밥을 먹었던 터라 편했다. 또 주연이가 원체 밝다 보니까 불편하거나 어색한 건 전혀 없었다.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참 좋았다. 한 번은 저한테 사탕을 준다더니 손에 쓰레기를 쥐어준 적이 있는데, 현실 남매의 티격태격한 느낌이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을 했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하준이 '잔칫날'에 접근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대목은 '진실성'이었다. 그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라 진실성이 가장 중요했다. 캐릭터의 많은 부분이 감독님과 닮은 부분이 있어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외적인 것들은 c최대한 나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이 이야기는 꾸며지면 안 됐다. 진실성이 최우선이었다"며 "외모적으로도 다 내려놨다. 원래 가진 것도 없었다. 당시에 피부가 되게 안 좋았는데 감독님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경만다운 뾰루지라고 하셨다. 메이크업 등의 커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외적으로는 신경 쓴 게 전혀 없었다.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사람이 감정적으로 무너질 정도가 되면 사실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쓸 수가 없다. 예쁘게 울 수도 없다.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생각보다, 제 연기가 진실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스스로 내려놓아야 했고 그게 숙제였다. 그리고 저는 잘생기지 않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범죄도시' 이후로 보다 더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하준이지만 그는 "전 제가 알려진 사람이라고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라는 작품을 할 때 허준호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다. 역할에 순서를 가리지 말라고 하셨다. 좋은 작품에 좋은 책이면 가리지 말고 뭐든 하고, 멀리 보고 길게 보라고 하셨다. 그게 참 와닿았다. 그 작품이 제게 울림이 있으면 참여한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인연처럼 찾아온다. 다가온 인연들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저는 감정씬이 있거나 예민해야 하는 씬을 찍을 때, 현장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배웠다. 그걸 표현해야 하는 건 제 역량이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분들이 힘든 걸 밖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배우라고 다른 게 아니라 우리네 생활이 그렇다. 다만 저는 배우다 보니까 그걸 확장해서 표현할 뿐인 것 같다. 살면서 말 못 할 고충이나 속앓이하는 부분이 생겨도 힘들지만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제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하준은 "배우로서 이제 걸음마를 뗀 것 같다.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현장에서나 사람들을 만날 때나 그렇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포괄적으로 알게 됐다.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건방진 말일 수도 있다. 이제 걸음마를 막 뗐다"라고 "대중에게 진실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준은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영화다. 시국이 힘들기 때문에 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못해줬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실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라고 말하며 '잔칫날'을 향한 기대를 당부했다.
오는 12월 2일 개봉.
[사진 = 트리플픽쳐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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