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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6.25 피난 중에도 공부→서울대 입학…친구와 61년만에 감동의 재회 ('TV는 사랑을 싣고') [MD리뷰]

시간2020-12-31 06:40:02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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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정지현 기자] 배우 이순재가 61년 만에 대학 동기와 재회해 감동을 안겼다.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이순재가 출연했다.

이날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 동기 채조병 씨를 찾아 나섰다. 그는 친구에 대해 "외적인 조건에 전혀 신경을 안 썼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친구였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졸업식 이후 행방을 모른다. 살았으면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못 만난 지 60여 년이 됐다"라며 그리움을 전했다.

이순재와 MC 김원희, 현주엽은 이동을 위해 차량에 올라탔다. 차량 안에는 이순재의 젊은 시절 사진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중 이순재의 서울대학교 졸업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순재는 "1958년 우리 때 서울대학교에 처음으로 학사복이 생겼다. 그전에는 사복을 입고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본 김원희는 "귀공자 같다"라며 감탄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세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고등학교가 막 시작된 해에 6.25 전쟁이 났다. 1950년 6월 25일 동생과 수영복을 사러 갔다. 수영복을 사서 나오는데 거리에서 아우성을 치더라. 그러고 26일에 학교를 갔더니 하늘에 비행기 두 대가 떠있었다. 비행기 공습이 시작됐고, 선생님께서 집으로 돌려보냈다"라고 말했다.

"27일에 피난길에 올랐다"는 이순재는 "여름 피난은 더우니까 그런대로 넘어가는데, 1.4 후퇴 때 겨울 피난이 문제였다. 그때 유아 방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갓난쟁이를 어디 안고 갈 수 없으니까 버리고 가는 거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순재는 "6.25 전쟁으로 고등학교 3년은 풍비박산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MC들은 이순재에게 "그런데도 서울대학교를 갔다"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이순재는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당시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시험 봐서 떨어졌다. 그래서 다시 한번 도전했다. 그렇게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에 합격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6.25전쟁으로 고등학교 과정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학창 생활을 못했다. 대학교 4년 동안은 참 열심히 다녔다"라며 대학 생활을 회상했다.

이순재는 60여 년 전 서울대학교가 있던 혜화동에 도착, 이순재의 추억이 있던 다방으로 향했다. 그는 "내가 1956년도에 연극을 시작했는데, 1978년도에 처음으로 출연료를 받았다"라며 "내가 그 시절 늦은 나이에 장가를 갔다. 그전까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못 했다"라며 당시 쉽지 않았던 배우 생활을 떠올렸다.

이와 함께 이순재는 1955년 서울대 철학과 단체 사진을 보며 당시를 추억했다. 그러면서 대학 졸업 이후 연락이 끊긴 친구 채조병 씨를 그리워하며 "마음속으로는 늘 같이 있던 친구다. 만나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이순재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 초조한 마음으로 채조병 씨를 기다렸다. 그때 채조병 씨가 이순재의 이름을 부르며 걸어 나왔다. 61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채조병 씨의 결혼식 이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채조병 씨는 "오랜만에 보니까 정말 반갑다. 내 결혼식 사진을 보면 바로 옆에 이순재가 있다. 친밀도를 나타내는 거와 마찬가지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채조병 씨는 "전에는 드라마를 많이 봤지만, 내가 귀가 나빠져서 대화를 못 알아들으니까 드라마는 안 봤다. 제일 재밌게 본 건 '꽃보다 할배'다"라며 "내가 TV 광고는 별로 안 본다. 그런데 유일하게 보는 광고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광고다. 재밌기도 재밌지만 친구 얼굴 보려고 그 광고가 나오면 끝까지 봤다. 나한테는 그게 인기 프로였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순재에 대해 "젊었을 때 인기가 좋았다. 다방에 가면 연극 얘기를 많이 했다. 인생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때 이순재가 '너희는 하나의 인생을 살지만 나는 여러 인생을 산다'고 했다. 연극에 빠져있었다. 학생에게 학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목표로 해서 그 방면으로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산증인이 여기 있다"라며 이순재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순재는 "친구를 만나 숙원이 풀어졌다. 이제 우리 주변 사람들을 찾으려면 다 먼저 가고 없다"면서 "우리가 건재하고 있으니까"라고 말하며 채조병 씨의 손을 잡았다. 이를 들은 채조병 씨는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다.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만나니까 옛날 생각이 더 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 = KBS 2TV 방송 화면]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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