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서울 SK 입단 2년차 포워드 김형빈(21, 200cm)이 점진적으로 1군에 스며들고 있다. 단순히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을 넘어 접전 상황에서도 투입되며 경험치를 쌓고 있다.
김형빈에겐 지난 3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가 잊을 수 없는 일전으로 남게 됐다. 데뷔 후 2번째 경기를 맞아 15분 10초를 소화한 김형빈은 5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 SK의 95-89 재역전승에 기여했다.
3쿼터에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득점으로 데뷔 첫 득점을 신고한 김형빈은 3쿼터 중반 김선형의 패스를 받아 2점차로 추격하는 3점슛까지 터뜨렸다. 4쿼터 막판에는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도 따냈다. 김형빈의 데뷔전은 지난달 27일 부산 KT전이었지만, 당시에는 단 1분 9초만 소화했다. 3일 DB전이 사실상 데뷔전이었던 셈이다.
문경은 감독은 DB와의 경기 전부터 김형빈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암시한 터였다. “가비지타임만 나가면 클 수 없다. 오늘은 최대한 많이 뛰게 할 생각이다.” 문경은 감독의 예고였고, 김형빈은 알토란 같은 역할로 SK의 재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문경은 감독은 김형빈에 대해 “(오)재현이와 함께 마음에 쏙 드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아직 견고하진 못하지만, 열심히 뛰어줬다. 스페이싱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리바운드 2개를 잡은 부분도 칭찬하고 싶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형빈 역시 “감독님, 코치님들이 무조건 뛰게 될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준비하고 있었다. 팀이 연패를 끊었다는 게 기쁘다. 팀이 연패에서 벗어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김형빈은 이어 2차례 득점을 성공시킨 상황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막하다 보니 넣었다. 득점 직후에는 아무 느낌 없었는데, 경기 끝난 후 형들이 잘했다고 하셨다. 실감이 안 나더라. ‘내가 어떻게 넣었지?’ 싶었다. 감독님이 공격리바운드, 외곽으로 나오는 공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기셨다. 감독님이 주문하신 부분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득점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기 초반 경기력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김형빈은 1쿼터에 다소 경직된 듯한 모습을 보여 투입된 후 3분 51초 만에 교체됐다.
김형빈은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이 아쉽다. 긴장 안 하려고 했는데, 나 스스로도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 있었다. 감독님이 자신 있게 임하라고 하셔서 3쿼터부터 긴장이 풀렸다. 4쿼터 접전 상황에서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수비, 리바운드에 열심히 임하겠다는 마음이었다”라고 전했다.
김형빈은 안양고 졸업 예정 신분으로 2019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5순위로 SK에 지명됐다. KBL 최초의 2000년생 선수다. 하지만 입단 직후 오른쪽 무릎수술을 받아 2019-2020시즌에 1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비시즌 훈련과 컵대회를 거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 개막 후에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해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김형빈은 “팀에서 컵대회 후 저를 좋게 봐주셨는데, 막상 시즌이 개막하니 엔트리에도 못 들었다. 형들이나 신인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지나고 생각해봤는데, 어쨌든 프로는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모든 걸 내려놓고 팀이 원하는 부분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기회가 왔다. 이제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돈치치 동경, 현실적 롤모델은 양홍석
고졸 출신들의 활약도 김형빈에겐 자극제가 되고 있다. 송교창(KCC)은 두 말할 나위 없는 고졸 최고의 성공사례가 됐고, 신인 차민석(삼성)도 발목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D-리그 2경기 평균 24득점 8리바운드 1.5어시스트 1.5스틸 활약을 펼쳤다.
“당연히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운을 뗀 김형빈은 “(차)민석이와 친분도 있는데, 1순위로 입단한 후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프로에 올 때 새겼던 목표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프로 진출 당시 품었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김형빈은 이에 대해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그 목표를 이뤘지만, 감독님이 ‘어리다고 못하는 건 핑계다. 어려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마침 새해도 맞이한 만큼, 올 시즌에 발전했다는 소리를 듣는 게 다음 목표”라고 전했다.
김형빈의 롤모델은 NBA(미프로농구)의 스타 루카 돈치치(댈러스)였다. 한동안 돈치치를 입에 달고 생활했던 까닭에 팀 내 별명이 ‘루카’였고, 입단 당시 23번이었던 등번호도 돈치치와 같은 77번으로 바꿨다.
하지만 막상 실전 경험이 쌓이니 현실적인 롤모델이 생겼다. 김형빈은 “등번호는 돈치치를 따라했는데 다음 시즌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웃음). (롤모델에 대해 묻자)현실적으로 부딪쳐보니 (송)교창이 형보단 (양)홍석이 형 스타일로 가야 할 것 같다. 팀에서도 그렇게 원하신다. 홍석이 형 영상을 찾아보며 따라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DB전에서는 4개의 3점슛 가운데 단 1개만 림을 갈랐지만, 사실 김형빈의 슈팅능력은 팀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형빈 스스로도 “컵대회 이후 정신을 차렸다. 새벽훈련 포함 하루 4차례 훈련을 모두 소화해왔고, 슛은 하루에 500개 정도 던졌다. 내가 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슛이다. 슛에 대해 연습도,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K는 4일 상무를 상대로 D-리그 1차 대회 결승전을 치르지만, 김형빈은 D-리그 멤버에서 제외됐다. 김형빈은 “감독님이 팝아웃을 더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다. 다음 경기(5일 KGC인삼공사전)도 준비해야 한다. 나도 D-리그에 갈 줄 알았는데, 안 가도 된다는 얘기를 들어 얼떨떨하다”라며 웃었다. 어엿한 1군 전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김형빈의 ‘사실상 데뷔시즌’도 마침내 막을 올렸다.
[김형빈.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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