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리뷰
한국의 모터헤드.
와비 킹의 음악은 어쩔 수 없이 이 뻔한 비유에 가둘 수 밖에 없다. 그의 음악은 모터헤드 같으면서 모터헤드와 같지 않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모터헤드를 좋아해(like) 모터헤드 같은(like) 와비 킹의 음악은 그러나 마냥 모터헤드와 같다(same)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같다’와 ‘(똑)같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며, 그렇기 때문에 ‘Moscow Woman’은 ‘Ace Of Spades’에 대한 찬양적 오마주이지 단순 카피는 아니다. 어떤 면에서 와비 킹의 데뷔작은 한때 뉴메탈을 적극 표방한 서태지의 여섯 번째 앨범과도 통한다.
이 음반은 눈치보지 않는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예컨대 ‘You Can Bite’의 메인 기타 리프가 머금은 저 희뿌연 질주감은 마치 영화 ‘이지 라이더’(1969)를 떠올리게 한다. 변칙성과 혁신성보단 로큰롤이라는 정공법에 와비 킹의 음악은 목숨을 건다. 마초적 리듬과 사운드에 실려 가는 그 일상의 자조 또는 희망은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던 한 밴드의 사차원적 제안을 삼차원의 현실에서 실천하는 모양새다.
목소리는 더 흥미롭다. 와비 킹의 창법은 웃음이 터질 정도로 레미(Lemmy Kilmister, 모터헤드의 리더. 암투병 끝에 지난 2015년 향년 70세 나이로 사망했다)와 비슷하다. 한 손엔 잭 다니엘, 한 손엔 말보로 레드를 들고 마이크 아래 45도 각도로 고개를 쳐든 채 포효했던 희대의 로큰롤러에게 바치는 와비 킹의 구수한 찬사는 그 자체 재미 있으면서 진지하다. 그의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이 전면적 ‘따라하기’는 앨범 속 여덟 트랙(커버곡과 두 곡의 다른 버전을 빼면 사실상 다섯 트랙)이 내달리는 동안 굉장히 일관된 톤&연주로 듣는 사람을 로큰롤의 심연으로 가차없이 빠뜨린다.
그 심연 속엔 이펙터에 기댄 잔재주 따윈 없다. 그저 앰프 하나에 일렉트릭 기타만 연결하면 세상을 주무를 수 있는 AC/DC의 외고집만이 있을 뿐이다. 와비 킹은 자신의 앨범에서 리드와 백업 보컬, 리드와 리듬 기타를 맡아 열연했다. 또 수록된 다섯 곡들에선 직접 베이스도 연주했다. 밴드 음악이면서 솔로 앨범인 이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그는 작사, 작곡을 비롯한 자신의 음악적 기여도로 실컷 증명한 것이다.
창작곡들인 1~5번 트랙까지 드럼은 신영이 쳤다. 그는 크럭스(Crux)라는 밴드의 멤버이면서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의 세션 드러머이기도 하다. 둔탁한 리듬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줄 아는 그의 기본기 충실한 드러밍은 와비 킹의 ‘모터헤드 바라기’를 가장 힘있게 받쳐주는 작품 속 숨은 공신이다. 또 하나 블랙 신드롬이라는 이름인데, 이 밴드의 리더인 김재만은 본작의 프로듀싱은 물론 끝에 실린 블랙 신드롬 커버곡 ‘Personal Loneliness(개인적인 외로움)’에서 기타까지 연주하며 와비 킹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다른 버전으로 실린 두 곡 중 한 곡인 ’Kill To The Death (Seoul Dogs Ver)’의 드럼과 베이스는 각각 이준호와 차현일이 맡았고, ‘Rocket Man (Jeju Language Ver)’에는 이영권(드럼)과 서민호(베이스)가 참여했다.
‘Rocket Man’의 다른 버전에서 알 수 있듯 와비 킹은 제주 사람이다. 앞서 들은 ‘Moscow Woman’ 가사도 다름 아닌 제주의 유흥업소 가격표를 읊은 것이다. 이 작품은 그렇게 두 차례 물 건너온 로큰롤 앨범이다. 영국 런던에서 한 번, 그리고 제주에서 또 한 번. 떠난 지 6년 된 레미의 영혼을 깨울 가장 그럴듯한 로큰롤 굉음이 장르적으로 척박한 동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에서 울려퍼질 줄은 고인도 우리도 몰랐을 일이다.
[사진제공=KAMI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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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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