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분노케 했던 가해자의 반응 “기억 안 난다” [MD현장]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학교폭력 피해자는 힘겹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살고 있었다. 학교폭력 폭로 사례가 줄지어 나오고 있었지만, 미투에 동참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반응이 피해자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기억 안 난다.”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었다.

프로야구선수 A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B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B는 15일 서울시 강남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현장에는 B의 법률대리인도 참석했다.

B는 당초 기자회견을 통해 A의 학교폭력을 낱낱이 밝힐 예정이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기에 A의 기억을 되살려주려고 했다.” B가 기자회견을 계획한 이유였다.

하지만 B는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14일 A와 만났고, 이 자리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B는 “어제 만났는데, A가 내 주장의 일부를 인정했다. 나머지 기억은 서로에게 약간의 차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A는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나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구단과 선수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학교폭력은 스포츠계, 연예계에 걸쳐 사회 전반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다영(흥국생명)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목에 걸쳐 학교폭력 제보가 쏟아졌고, 이는 연예계까지 번졌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한 스타도 있었다.

B는 당초 학교폭력 폭로에 동참할 계획이 없었다. 힘겹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살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B의 부모님이 A의 소속팀에 항의 전화를 했고, A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반응했다. B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었다.

B는 “당초 학폭 미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모님이 구단에 항의 전화했을 때 A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해서 분노했다. 피해자는 기억을 안고 사는데, 가해자는 기억 안 난다고 하는 건 TV에서나 보는 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폭로를 결심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폭로를 결심했지만, B는 A의 진심어린 사과에 마음을 접었다. B는 “A와 함께 손잡고 학교폭력을 근절하기로 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지켜봐주길 바란다. A가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이제는 내가 A의 팬이 돼 응원하기로 했다. 야구를 그만둔 후 야구 영상을 안 봤지만, 오늘 이 자리 이후부터 야구 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B와 동석한 법률대리인은 “B는 일체의 보상금을 받지 않고 가해자와 합의했다. 향후 A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시민활동, 캠페인에 함께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선수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B(우). 사진 =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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