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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상대 입장에선 타석에서 신경을 쓰는 것 자체로 시프트 성공이다."
키움 외야수 송우현은 2일 창원 NC전 이후 홍원기 감독에게 질타를 받았다. NC 내야진의 시프트에 기습적으로 번트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0-3으로 뒤진 6회초 무사 1루, 볼카운트 2B1S. 당시 NC 내야진은 좌타자 송우현을 상대로 극단적인 우측 시프트를 했다. 2루와 3루 사이는 텅 비어있었다.
송우현은 홍원기 감독에게 "3루 쪽으로 빈 공간이 눈에 보였다"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홍 감독의 꾸중이었다. 홍 감독은 송우현에게 "네가 번트를 잘 대면 모르겠는데, 네가 타석에서 (시프트)신경 쓰는 것 자체로 상대는 시프트 성공이다"라고 했다.
당시 송우현의 번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송우현은 NC 우완 홍성민이 몸쪽으로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자 방망이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타석에서 송우현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날 송우현은 해당 타석 전까지 2타수 무안타였다. 키움 타선도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었다. 선두타자 허정협이 안타로 출루하면서 어떻게든 찬스를 만들긴 해야 했다. 홍 감독도 그 마음 자체는 이해했다.
하지만, 3점 뒤진 상황이라 강공이 필요했다. 송우현이 번트를 잘 대는 스타일도 아니다. 누구나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번트를 대면 안타가 될 것 같지만, 번트안타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시프트를 의식해 지나치게 번트를 시도하다 오히려 타격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홍 감독은 시프트가 있어도 의식하지 말고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비코치 출신이면서도 타자 출신이라 타자의 심리를 잘 안다. 홍 감독은 "송우현이 경험이 없어서 그랬다. 경기흐름상 필요하면 괜찮은데 상대 페이스가 좋으니 흔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담당 코치들도 조언해줬다"라고 했다.
KBO리그는 시프트와의 전쟁 중이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극단적인 시프트를 들고 나와 연일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NC도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할 때 과감한 시프트로 꽤 재미를 봤다. 요즘 시프트는 과거에 비해 더 극단적이고, 더 디테일하다. 볼카운트에 따라 수비수의 위치가 달라진다. 대개 2스트라이크 이후 스윙이 작아져 땅볼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더 과감해진다.
사실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번트를 대거나 의도적으로 밀어서 내야안타를 만든 케이스가 그렇게 자주 나오지 않는다. 대다수 타자는 극단적 시프트에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밀어붙인다. 다만, 송우현의 시도로 보듯 타자들은 타자들 나름대로 생각이 많다. 잘 맞은 타구가 시프트에 의해 아웃카운트로 바뀌기라도 하면 심리적 타격이 있는 건 사실이다. 안타의 확률을 놓고 공격과 수비의 두뇌싸움이 대단하다.
키움은 그렇게 극단적인 시프트를 하는 편은 아니다. 극단적인 시프트를 선호하지 않는 투수도 있다. 투수 입장에선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안타를 맞는 것만큼 큰 심리적 타격이 없기 때문이다. NC 이동욱 감독도 그런 투수가 있다면 무리하게 시프트를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홍 감독은 시프트에 대해 "이 선수가 장타자인지 아닌지, 2스트라이크 이후 컨택형 타자인지 풀스윙 타자인지 계산한다. 다만, 투수는 민감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긴 하다. '저 자리에 있으면 잡을 텐데'라는 잔상이 남을 것이다. 투수들도 게임 전에 플랜을 갖고 상의한다"라고 했다.
한편, 투수 출신 KT 이강철 감독은 홍 감독과 견해가 살짝 달랐다. 타자가 상대의 극단적 시프트에 텅 빈 공간으로 번트를 시도하는 것을 두고 지긋이 웃으며 "출루해주면 좋죠, 가끔 타구가 밀려서 살아나가면 기분 좋잖아요"라고 했다.
[송우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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