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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반올림# 3', '꽃보다 남자', '엔젤아이즈'의 윤지련 작가가 코로나 시대 속 위로를 줄 따스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 각본을 맡은 윤 작가를 20일 오후 화상으로 만났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삼촌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극 중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 남겨진 그루는 갑자기 나타난 후견인 상구와 함께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며 죽음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여기서 유품정리사는 유족 또는 의뢰인을 대신해 고인의 유품이나 재산은 물론 사망 현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윤 작가가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받아 완성된 '무브 투 헤븐'은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고독사, 산업재해, 데이트폭력, 입양아 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도 한다. "작가이다보니 사회에 새롭거나 극적인 직업군이 나오면 관심을 두는 편"이라는 윤 작가는 "지난 2015년 하반기에 에세이를 봤다. 실제 유품정리사가 현장에서 갖는 마음과 유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평소에 알고 싶었던 것과 맞닿아 있었다"고 돌이켰다.
완성도를 위해 오랜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윤 작가는 "넷플릭스에서 휴먼 드라마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해주시고 의논을 해보자며 접촉해주셨다. 긍정 논의 후 대본 집필에 들어갔다. 열 개의 에피소드를 약 10개월간 완결했다. 대본이 끝난 이후 대본을 찍어줄 감독님을 찾았다"고 설명을 보탰다. 이어 "어떠한 소재보다 감동적이고 마음에 와닿았다"라면서도 "드라마잖냐. 대중에게 행복과 판타지를 제공해야 해서 고심을 했다. '힘들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강경하게 하기 어려워 좌절도 많이 했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넷플릭스가 찾아와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해주셨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도전했다. 기획 의도와 방향을 믿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각본을 집필할 때 역할에 어울릴 만한 배우를 떠올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윤 작가는 "어떤 배우가 와주실지 기대하며 쓰는 스타일"이라며 "에피소드의 주인공 누구 하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굉장히 큰 배우께서 와주셨는데 기꺼이 찍고 연기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루는 한계가 많은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단면적인 것이 한계다. 상구는 그루를 상쇄하고 보완해야 하는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그루는 그루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하지만 상구는 그 외 모든 것을 짊어진다. 상구 역할을 해주실 배우가 어떤 분이 오실지 궁금하고 기대가 컸다. 너무 감사하게도 이제훈 배우가 대본과 상구 캐릭터를 보자마자 진심으로 좋아해주셨다. 역할이나 비중에 상관없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임해주셨다"라고 했다.
그루 역의 배우 탕준상을 두고는 "스펙트럼이 다양한 연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톤을 잡을지에 대해 조심스러웠다. 탕준상이라는 어린 배우가 최선을 다해서 그루가 되고자 노력하고 열심히 해주셨다"고 극찬했다.
윤 작가는 생소한 직업군을 다루기 위해 실제 유품정리사와 인터뷰를 하고 국내와 미국, 일본에서 여러 사례를 조사하며 고민과 노력을 쏟았다. 긴 병치레를 하다 세상을 떠난 한 노인의 고독사 현장을 찾았다는 그는 "직접 가보니 현장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고인이 남기고 간 흔적이라는 생각에 힘들기보다 작품을 쓰게 만든 큰 힘이 됐다. 고인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어서 하셨던 일, 가족에 대해 알게 되더라.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국내 시청자뿐만 아니라 해외 매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시즌 2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윤 작가는 "시즌 2 이야기가 일부 들어와 있었다"라며 "시즌 1을 작업하는 와중에도 시즌 2를 위해 아껴두자는 논의가 많았다. 시즌 2가 나온다면 더 좋은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고 싶다. 배우진이 작품을 너무 사랑해주셨다. 드라마를 찍는 게 아니라 공공 프로젝트를 하러 오신 것처럼 진심으로 아끼고 협업을 잘 해주셨다. 참여하신 모든 분이 시즌 2를 하면 꼭 오겠다고 말하고 가주셨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팬데믹 속 치유나 위로가 필요한 분이 많아졌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현실이다"라며 "아프지만 끝에는 반창고처럼 붙여지는 작품이길 가장 바랐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도 작은 반창고가 붙여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차기작은 러브스토리다. 윤 작가는 "러브스토리를 못 쓸 것 같았는데 쓰고 있더라"라며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고 전했다.
'무브 투 헤븐'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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