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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시가 진짜 ‘센 언니’의 솔직하고 당당한 입담을 뽐냈다.
20일 밤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 시즌3에 가수 제시가 출연했다.
이날 제시는 “한 시간이 솔직히 조금 적다. 제가 해 왔던 게 너무 많고 오해들이 되게 많다 보니까 하고 싶은 말보다는 사람들한테 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TV로 보는 제시 말고 나 자체, 현주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유희열은 “2020년이 제시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한 해였을 텐데”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소감을 질문했다. 제시는 “사실은 너무 상상도 못 했다. 집에서 울기도 했다. 이제 빛을 보는구나. 예능 쪽이 아니라 음악으로서 빛을 받는 거구나. 저는 데뷔한지 15년 정도 됐다. 잘 될 때가 가끔씩 있었다. ‘언프리티 랩스타’부터. 그때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왜 여기에서 잘 됐지?’ 생각됐다. 참 기쁘면서도 눈물이 많았다”라고 솔직히 답했다.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제시는 “뉴욕에 있다가 뉴저지로 이사 갔다”며 “어렸을 때 제가 통통하고 안경을 꼈다. 학교에 갔는데 맨날 놀림을 당했다. 몇 년 동안. 타깃이 됐다. 어리지 않나. 이걸 오빠한테 이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계속 참았다. 목소리도 내지 않고 참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제가 깨달았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학생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제스처를 했고, 결국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분노를 표했다고. 제시는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저한테 학교를 나가라고 했다. 근데 난 괜찮았다. 그 후로 아무도 절 건드리지를 않았다”며 “약한 사람들한테 항상 그러지 않나. 제가 그때 당시 약한 사람이었다. 싸움이 정답은 아니지만 저는 어떤 행동을 보여줬던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꾹꾹 참기만 했던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것. 제시는 “날 무시해도 나의 피부 색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등으로 날 이렇게 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수 활동을 위해 한국에 오게 된 계기도 전했다. 어린 시절 제시의 롤모델은 S.E.S.의 유진이었다고. SM 뉴욕 오디션에 갔을 때 바로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도레미레코드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시는 제시카 H.O 당시 데뷔 무대를 회상하며 “모든 가수들이 저를 보러왔다”고 했고, 유희열이 “왜냐면 그때 진짜 힘줘서 데뷔시켰다”며 “8억 정도의 제작비”라고 설명했다. ‘제2의 보아’로 홍보가 됐다고. 당시 한국에서는 파격적 콘셉트였던 제시는 “그때 뭘 해도 욕먹는다고 느꼈다. ‘제2의 보아? 네가 뭔데?’라고 했다. 그런 ‘제2의 ㅇㅇ’가 붙는 게 너무 싫었다”고 털어놨다.
유망주로 데뷔했지만 탄탄대로를 걷지는 못했다. 이후 윤미래 후임으로 업타운에 들어갔지만 업타운의 활동 중단으로 다시 좌절을 겪었다. 제시는 “다 포기했다. 사람들이 계속 기다리면 너의 때가 올 거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 후로 제가 한참 놀았다”고 말했다. 그런 제시에게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고, ‘인생은 즐거워’라는 노래를 부르게 됐다. 제시는 “그 노래가 너무 싫었다. ‘인생은 즐거워’였는데 인생이 정말 즐겁지가 않았다. 계약이 아직 안 끝난 상황이라 활동을 해야 하지 않나. 이미 이 활동만 끝나면 미국 간다고 마음을 먹었다. 방송을 보면 ‘인생은 즐거워’를 부를 때 전 즐겁지가 않았다”며 “최악. 너무 내가 가식적이었다. 내 자신이 거짓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후로 바로 미국으로 갔다”고 밝혔다.
주변의 권유로 유튜브에 노래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커버 영상을 본 한국의 한 음반 회사에서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고. 제시는 모든 걸 이겨낼 각오를 새로 다지고 한국에 다시 오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시 위기가 찾아왔고, 사우나에서 자기도 했다고. 제시는 “혼자서 회사들을 찾아갔다. 그런데 너무 다행으로 YMC에서 절 받아줬다”며 “계속 안 되더라. 그래서 음악을 또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엠넷에서 프로듀서가 찾아왔다”고 제시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게 된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제시의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도 언급됐다. “진짜 아닌 건 얘기 안 한다”는 제시는 “저는 사람들이 더 오픈 마인드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수영복 입은 사진을 올리면 수영복 입었다고 욕을 한다. 그럼 수영장에서 뭘 입냐. 전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다. 물론 나쁜 거 말고. 사람들이 ‘제시 너 옷 너무 야해’ 그러면 ‘더 야하게 입을 거야’ 한다. 왜냐면 내 삶이다. 내 인생이고”라며 “사람들이 요새 이런 이야기들이 많다. 입술이 너무 크다고 한다. 어쩌라고? 필러 넣었는데 왜. 내가 좋아해서 한 건데. ‘왜 해서 못생겨졌어’라고 하는데 이건 내 얼굴이다.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새 지나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한테 ‘너무 팬이야. 내 딸이 제시처럼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어딜 가든 듣는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처럼 됐으면 이런 게 아니고 제시처럼 자신감 있고, 눈치 보지 않고, 멋있게, 자유롭게”라고 덧붙였다.
성공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제시는 “저는 너무 행복하다. 음악을 하면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게. 돈이 성공이 아니다. 저는 이제 시작이다. 물론 15년 걸렸지만 이제부터 제 꿈이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도 단발로 다시 자른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고마운 인생의 세 사람도 공개했다. 제시는 “일단은 우리 팬들. 우리 팬들이 없었으면 제가 없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 저를 강하게 키운 게 우리 가족이다. 그리고 저는 저를 고마워한다. 제가 이걸 다 버티고 이렇게까지 온 게, 제가 열심히 한 만큼 전 제가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진 = KBS 2TV ‘대화의 희열3’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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