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장 편한 폼으로 치려고 한다."
키움 박병호에게 2020시즌은 히어로즈 이적 후 최악의 한 해였다. 손목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93경기 출전에 그쳤다. 309타수 69안타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 56득점 OPS 0.802. 당연히 절치부심하며 2021시즌을 준비했다.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예년에 비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상체를 웅크리는 듯한 자세. 자연스럽게 방망이의 위치도 내려왔다. 빠른 공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병호의 2019시즌 패스트볼 타율은 0.345였다. 그러나 2020시즌은 0.287로 하락했다.
올 시즌은 0.261. 작년보다 더 떨어졌다. 고개를 숙인 폼은 실패로 끝났다. 박병호는 4월 25일 고척 SSG전 이후 2군에 내려갔다. 조정 후 11일 잠실 두산전서 돌아왔다. 더 이상 고개 숙인 박병호는 볼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4월 19경기서 75타수 15안타 타율 0.200 4홈런 11타점, 사사구 10개, 삼진 26개였다. 그러나 5월에는 11경기서 41타수 11안타 타율 0.268 1홈런 10타점 6득점이다. 수치만 봐도 4월에 비해 개선됐다.
10타점은 최근 키움의 7연승 과정에서 고스란히 생산됐다. 22~23일 고척 NC전서 잇따라 2안타를 날렸다. 4월21일 대전 한화전, 4월23일 고척 SSG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2경기 연속 멀티히트. 타구의 질, 스피드 모두 확연히 나아졌다.
물론 박병호는 23일 NC전 직후 "사실 만족하지 못한다. 한번씩 파울이 나올 때 '이렇게 하면 나았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져야 한다"라고 했다. 30경기서 타율 0.224 5홈런 21타점 16득점 OPS 0.748 득점권타율 0.275. 여전히 박병호다운 수치와 거리가 멀다.
박병호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면서 느낀 게 많다. "항상 투수에게 (타격)타이밍을 맞추려고 신경 쓴다. 바꾼 폼은 적응을 하지 못해 불편했다. 다시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장 편한 폼으로 치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멘탈이다. 멘탈이 기술보다 중요하다.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상대 투수를 보면 몸이 스스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타격하는 게 가장 좋다"라고 했다.
알고 보면 타석에서만 고개를 든 게 아니다. 타석을 벗어나면서, 덕아웃에 돌아가면서도 고개를 빳빳하게 든다. 과거 홈런타자 박병호에게 삼진은 세금이었다. 삼진을 당해도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 죽지 않는다'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박병호는 "솔직히 시즌 초반에 너무 부진해서 위축됐다. 타석에서 소심해지고 배트를 휘두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삼진을 당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타석에서 고개를 들면서 타석 밖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강인한 멘탈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금은 삼진을 당해도 당당하게 하려고 한다. 삼진을 당해도 다음에 칠 수 있고, 누구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타석에서도, 타석 밖에서도 고개를 들고 당당해졌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고개를 들어올리며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건 분명하다.
박병호가 4번 타자로 돌아온 뒤 키움 공격력도 예년의 위력을 되찾았다. 7연승의 원동력이었다. 박병호가 더 날카로워지면 박병호도 키움 타선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박병호는 "타자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나 때문은 아니고, 다 같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라고 했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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