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그런 정신은 우리 팀에 필요하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투타 주축을 이뤘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서 베테랑의 존재감은 필요하다. 지난 비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이용규를 영입한 이유다. 단순히 내야보다 살짝 빈약한 외야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용규는 기대대로 키움 덕아웃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눈에 보이는 성적은 평범하다. 42경기서 타율 0.270 14타점 28득점 4도루. 공수주를 볼 때, 젊었을 때의 최상의 운동능력과 거리가 있다. 특유의 '용규놀이'는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위압감은 약간 떨어진다.
그래도 득점권타율 0.310으로 괜찮다. 수비는 어지간한 젊은 외야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주전 좌익수로 꾸준히 출전했으니 후배들보다 낫다고 봐야 한다. 풍부한 경험, 순간적인 상황 판단능력이 좋다. 홍원기 감독도 "우리 팀에 지금 필요한 선수다. 체력적으로도 별로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그런 이용규에게 28일 잠실 LG전은 무슨 의미였을까. 1-2로 뒤진 6회초 1사 만루였다. 키움은 최소한 동점, 혹은 역전을 기대한 상황. 그런데 이용규는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에게 1B서 2구 체인지업에 헛스윙한 뒤 고통을 호소했다. 오른 무릎이 아팠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키움 벤치는 바쁘게 움직였다. 홍원기 감독은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실제 이지영이 대타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이용규의 의사를 존중했다. 이용규는 한동안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나 타석에 들어갔다. 타격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이용규는 1B2S서 투심을 공략, 3루 땅볼을 쳤다. 3루 주자 서건창이 홈에서 아웃됐다. 후속 송우현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이닝 종료. 그날 키움은 LG에 1-3으로 졌다. 결국 이용규 타석의 결과가 경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무릎이 아픈 이용규 대신 이지영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누구도 알 수 없다. 단, 홍 감독은 이용규의 의지와 승부욕만큼은 확실하게 느꼈고, 높게 평가했다. "프로라면 승부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책임감이었다. 홍 감독은 "워낙 정신력이 강한 선수이고 뜻이 간곡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정신은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그런 부분은 우리 팀에 필요하다"라고 했다. 키움은 그날 패배했지만, 이용규의 타격이 선수단에 주는 메시지를 알 필요가 있다.
홍 감독은 "이용규가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된다. 박주홍, 변상권, 송우현 등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준다. 행동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베테랑에게 큰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용규 영입은 이미 성공적이라고 봐야 한다.
단, 홍 감독은 LG 류지현 감독과 켈리에게 미안한 마음도 표했다. 이용규의 교체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의 경기몰입에 방해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상대 팀과 류지현 감독, 켈리에겐 미안했다.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라고 했다.
이용규는 29일 잠실 LG전서 결장했다. 1~2일 정도 더 휴식한다. 오른 대퇴 이두근 염증. 홍 감독은 "큰 부상은 아니다. 염증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들었다"라고 했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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