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메달결정전이 남아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도쿄올림픽은 이미 '실패'다.
한국야구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최종명단 선정과 발표, 준비과정과 경기력, 결과 모두 야구 팬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설령 7일 도미니카공화국을 이기고 동메달을 따도 팬심을 다시 붙잡을 가능성은 낮다.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역대 대표팀 최종엔트리 선발과정에서 잡음이나 논란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다. 이번에는 투수를 10명만 데리고 가려고 했다. 박민우(NC)가 코로나19 술판 스캔들로 자진 하차하자 김진욱(롯데)을 선발, 11명으로 꾸렸다.
예상대로 대표팀 마운드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라운드락 익스프레스)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더 이상 이들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고영표(KT), 이의리(KIA), 김진욱(롯데)의 가능성 확인은 분명 수확이었다.
단, '류-김-양' 부재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했는지는 의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최고 불펜투수 강재민(한화)을 제외하면서 선발투수를 대거 합류시켰다. 그러나 원태인(삼성)은 5일 미국과의 준결승서 보듯 불펜에 적응하지 못했다. 전문 불펜이 적은 탓에 조상우(키움) 의존도가 높았다. 조상우는 미국과의 준결승서 피로 누적 탓에 무너졌다. 결국 5이닝 채우기가 쉽지 않은 선발진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밖에 4일 일본과의 준결승서 고우석(LG)의 교체 타이밍이나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최주환(SSG)을 안고 가면서 활용폭이 좁아진 부분(대타) 등 김 감독의 디시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분명히 있었다.
또한, 미국 등 일부 국가는 한국 좌타자들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극단적인 우측 시프트를 했다. 그리고 몸쪽 유인구로 잡아당기는 타격을 유도했다. 그러나 대표팀 타자들이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양의지(NC), 오재일(삼성) 등 일부 고액연봉자들은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를 제외하면 시원스러운 경기가 거의 없었다. 이스라엘과의 조별리그,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서 짜릿한 승리를 따냈지만, 냉정히 돌아볼 때 압도적인 경기력과 거리가 있었다.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는 결과가 내용보다 중요하다. 이기면 된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드러낸 불안감 혹은 우려는 사실상 한 수 위의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연패하며 현실화됐다. 당장 이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3-4위전서 이긴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스포츠 팬들은 수준이 높아졌다. 그리고 성숙해졌다. 은, 동메달리스트는 물론 높이뛰기 우상혁, 수영 황선우, 다이빙 우하람 등 위대한 4~5위에게도 진심으로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그들은 한국야구의 수준이 급성장을 거듭한 2000년대, 2010년대 초반에 비해 주춤한 걸 잘 안다.
그러나 야구는 타 종목 선수들에 비해 주요 선수들이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는 걸 알아야 한다. 그에 비해 경기력과 결과 모두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서 김경문 감독은 "꼭 금메달을 따기 위해 일본에 온 건 아니다"라고 했다. 7월 말 고척돔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혹시 훈련을 지휘하고 올림픽을 치르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었을까.
한국야구는 아직도 팬들의 진심을 모른다. 동메달결정전 결과와 관계 없이 한국야구의 도쿄올림픽은 '실패'다.
[김경문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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