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승부가 후반기 순위다툼의 또 다른 변수다.
KBO리그 후반기의 가장 큰 변수는 연장 폐지다. 코로나19로 언제든 리그 중단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KBO는 후반기에 한해 한 팀이 치를 수 있는 최다 연속경기를 8경기서 9경기로 늘렸다.
한 팀이 한 주에 두 번 이상의 더블헤더까지 강행해서라도 페넌트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다. 리그 축소는 곧 KBO리그와 10개 구단의 금전 이슈에 직결된다. 때문에 KBO가 후반기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10개 구단을 배려해 내놓은 대안이 연장 폐지다.
예상대로 후반기 첫 주부터 9이닝 무승부가 쏟아졌다. 11일 광주 KIA-한화전(7-7), 14일 인천 SSG-KIA전(2-2), 대전 한화-NC전(9-9), 15일 대전 한화-NC전(3-3)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결국 올 시즌은 예년보다 무승부가 크게 늘어날 게 확실하다.
연장 폐지는 감독의 경기운영에 큰 폭의 변화를 불러왔다. 어차피 경기가 9회에 무조건 끝나기 때문에 투수교체, 불펜투수 소모를 좀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다. 현행 승률 계산에 무승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지는 것보다는 비기는 게 낫다.
일례로 과거에 원정 팀은 동점일 경우 8회말이나 9회말에 마무리투수를 쉽게 투입하지 못했다. 연장 불펜 운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과감하게 마무리투수를 투입해 최소 무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수도권 구단 한 감독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공격적인 투수 교체는 곧 경기 후반 1점을 짜내는 세밀한 야구의 필요성 증가로 이어진다. 어차피 강한 불펜투수가 줄줄이 나오면 다득점이 힘들기 때문이다. 10개 구단 모두 불펜 운영에 여유가 생긴 건 분명하다. 한편으로 후반 승부처에 감독의 디시전, 그에 따른 타자와 주자의 작전수행능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 무승부가 '지는 것보다 낫다'라며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5할이 되지 않는 팀들, 특히 하위권 팀들은 어차피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면 승률과 순위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무승부로 승률 유지를 해도 (전체 144경기서)승수를 추가할 기회가 한 경기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인 건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그런 점에서 지난주에 두 차례나 무승부를 기록한 하위권의 KIA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앞선 상황서 마무리 정해영이 동점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8연승을 달렸지만, 한화와 SSG를 상대로 2승을 추가하면 좀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었다. 중위권의 NC 역시 최하위 한화와의 두 경기 연속 무승부는 맥이 빠지는 결과다.
만약 KBO가 후반기에 연장에만 한시적으로 보통 1~2이닝만에 승패가 결정되는 승부치기를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메이저리그는 작년부터 코로나19를 감안, 연장 승부치기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래의 무제한 연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무승부도 야구의 일부다. 그러나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적용된 9회 무승부가 5강 밖 하위권 팀들에 꼭 좋은 건 아니다. 승률 5할 이상의 상위권 팀들에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제도라는 평가다.
[SSG-KIA전(위), NC-한화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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