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야구 판에서 처음 본 것 같다."
15일 대전 한화-NC전. 묘한 장면이 있었다. NC 선발투수 강태경이 6이닝 5피안타 3탈삼진 4사사구 2실점한 뒤 교체될 때, 마운드에 올라온 지도자가 투수코치가 아닌 수석코치였다. 0-2로 뒤진 7회말, 강태경이 선두타자 김태연에게 우중간안타를 맞자 이동욱 감독은 강태경의 강판을 지시했다.
KBO리그는 보통 감독의 투수교체 지시가 나오면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공을 받아서 후속 투수에게 공을 건넨다. NC에선 당연히 손민한 투수코치가 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강태경이 강판할 때, 손 코치가 아닌 강인권 수석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강인권 수석코치는 강태경에게 악수를 청한 뒤 포옹까지 했다. 같이 마운드에 올라온 포수 김태군의 표정이 더 밝았다. 강태경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강인권 수석코치에게 90도로 인사까지 했다.
두 사람은 코치-선수의 관계이기 전에 아버지와 아들이다. 강태경은 배명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5라운드 41순위로 입단한 신인 오른손투수다. 퓨처스리그 8경기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한 뒤 그날 1군에서 선발 투수로 기회를 받았고, 잘 던지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이동욱 감독의 배려가 있었다. 이 감독은 1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수석코치가 안 올라가려고 했는데 내가 올라가라고 했다. 평생에 한 번 밖에 찾아올 수 없는 일이다. 강태경이 잘 던졌기 때문에 아버지가 올라가서 격려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봤다"라고 했다.
투수교체를 어떤 지도자가 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이 감독은 1군 데뷔전서 잘 던진 아들과 표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했다. 이 감독은 "그런 따뜻함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안아주고 오라고 했다. 강태경이 잘 던져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강태경은 16일 1군에서 말소됐다. 2군에서 다시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다시 1군에 올라올 날을 기다린다. 웨스 파슨스가 강태경 자리에 들어간다. 이 감독의 휴머니즘은 한 경기로 끝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그는 "다음부터는 투수코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이동욱 감독과 강인권 수석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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