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내 생각을 바꿀 정도로 활약해주고 있다."
SSG 주전포수 이재원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허리통증으로 이탈했다. 1일부터 확대엔트리가 적용됐다. 그러나 이재원은 2군에서 당분간 컨디션을 점검한 뒤 1군 복귀 시점을 잡는다. SSG로선 이재원의 복귀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백업포수 이현석이 상당한 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현석은 2015년 1차 지명으로 입단,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지난해 58경기에 나섰지만,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이재원의 플랜B는 경험이 많은 이흥련이었다. 김원형 감독도 당연히 이재원이 이탈하자 이흥련 기용을 고려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과감히 이현석을 기용했고, 대성공했다. 타격 페이스가 상당히 좋다. 1일까지 15경기서 38타수 15안타 타율 0.395 4홈런 15타점 7득점이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다. SSG 하위타선에 활력이 생겼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인천 NC전이 취소되기 전과 1일 인천 NC전을 앞두고 잇따라 이현석 얘기를 까냈다. "타격도 수비도 잘 하고 있다. 기회를 잡을 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내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내 생각이 바뀔 정도로 활약을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이)재원이와 비교하긴 어려워도 현석이가 백업 포수들 중 방망이 능력은 좋다고 생각했다. 이게(생각이) 딱 바뀐 계기는, 볼배합이라는 건 누구나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타격 능력이 있는 현석이로 가보자 싶었다"라고 했다.
즉, 김 감독은 포수는 일단 투수리드와 볼배합 미스가 적은 게 타격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어떤 포수도 완벽한 리드와 볼배합을 할 수 없다면 타격이 좋은 이현석을 믿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현석의 맹활약으로 김 감독은 포수가 수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김 감독은 "현석이도 포수를 하면서 결정적인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그 부분을 타격으로 커버해줬다. '아, 포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게 놔둬도 되겠구나, 포수든 투수든 야구는 본인들이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게 바뀌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라면 상황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실 내 생각을 따라오게 하려는 부분이 컸던 것 같다. 선수들이 자율성을 갖고 순간순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것도 필요한데 내가 너무 내 스타일대로 가둬놓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현석의 맹활약이 김 감독의 야구관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다면 주전포수 이재원도 긴장해야 한다. 김 감독은 "시즌 막바지다. 내일이 없는 식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 재원이가 돌아와서 경기에 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컨디션이 올라올 때까지 많은 이닝, 많은 기회를 줄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현석이가 좋은 모습이니까 시즌 끝까지 좋으면 현석이를 써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이현석=주전포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김 감독은 "현석이도 타격이 좋을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재원이나 흥련이가 커버해주면 된다. 일단 현석이가 지금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까 기회는 계속 주고 싶다"라고 했다. 이현석이 김 감독의 마음을 단단히 빼앗은 건 확실하다.
단, 당장 타순 변동은 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하위타선에서 타격감이 좋은 타자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라인업 밸런스가 맞아떨어진다. 현석이가 중심타선 가까이 가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상대의 견제도 심해질 수 있다. 8~9번 타순에서 치면 편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현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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