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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탄탄한 내공으로 매번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해온 배우 박정민(34)이 간이역 세우는 것이 인생 유일 목표인 4차원 수학 천재 소년으로 변신해 웃음과 눈물, 희망을 선사한다. 우리나라 최초 민자역사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영화 '기적'을 통해서다.
박정민은 7일 오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적' 시나리오를 받아든 이유,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 등을 솔직하게 펼쳐냈다.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로 잊지 못할 여운을 선사한 이장훈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산골 마을에 간이역이 생기길 바라는 준경과 동네 사람들 이야기다. 경북 봉화의 양원역을 소재로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탄생했다.
박정민이 연기한 준경은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원칙주의 기관사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반대에도 누나 보경(이수경)과 마을에 남아 왕복 5시간 통학길을 오가는 인물. 비범한 재능을 한눈에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이끄는 조력자 라희(임윤아)에 힘입어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동주'(2016)의 독립운동가 송몽규, '그것만이 내 세상'(2018)의 서번트증후군 피아노 천재 오진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성소수자 유이까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강렬한 변신을 거듭한 박정민은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유려한 경북 사투리로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박정민은 영화가 각종 시사회 이후 만장일치 호평을 받는 데 대해 "'시사회 반응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새벽까지 찾아보다 잠들었다"라며 감격을 표했다.
10대 연기의 부담감 탓에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는 박정민은 "당시 34살이었다. 그런데 준경이는 17살부터 시작한다. 인물의 두 배를 살아온 거다. 관객 여러분이 용서해주실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감독님께 '너무 좋은데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려고 찾아갔는데 '첫 시작을 30대 준경으로 시작해서 플래시백으로 돌아가보는 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미팅을 하면서 마음을 조금씩 뺏겼다. 마지막에 감독님께서 명찰이 달린 펭수 인형과 우산을 잔뜩 가져와주셨다. 마음이 녹아서 하게 됐다"라며 "시나리오가 가진 힘이 굉장히 컸다. 따뜻하고 마음을 울리는 요소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지난해 여름, 함께 촬영했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이상하다. 제가 나온 영화를 처음에는 재밌게 못 보는 편이다. 그런데 '기적'은 재밌게 만든 기억이 덧붙여져서인지 좋았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라며 "긴 소풍을 다녀온 느낌"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윤아와 눈 뗄 수 없는 환상의 케미를 선사한 박정민은 임윤아를 "내 마음 속 스타"라 칭했다. 그러면서 "먼저 다가가서 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만나고 보니 윤아라는 사람 자체가 좋은 사람이더라. 장난을 치며 굉장히 가까워졌다. 현장에서 어색함 없이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급속도로 친해졌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라며 "영화를 보며 '윤아와 더 재밌게 한 장면이 있는 것 같은데?'라고 느낄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2011년 영화 '파수꾼' 이후 충무로 대세로 급부상한 박정민.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은 그에게 꿈을 묻자 "어쩌면 꿈을 이룬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어렸을 때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라면서도 "사실 아직 제가 배우라는 타이틀을 온전히 흡수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몫을 작게나마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좌절하지 않고 건강하게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또 "카메라가 아직 무섭다. 가끔 겁이 날 때가 있다. 카메라와 호흡을 잘하지 못할 때는 경험과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연함을 길러보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정민은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기적'이 나오면 서로 다른 수만 가지의 시각으로 보일 거다. 적어도 이 영화를 만든 배우, 스태프의 진심은 부끄럽지 않을 거다"라며 "굉장한 결과주의자다. 항상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기적'을 통해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박정민을 비롯해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이 출연하는 영화 '기적'은 오는 15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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