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만루홈런을 쳤는데도 웃지 않더라"
LG가 기다리던 시원한 한방이 터졌다. 타격감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던 저스틴 보어(33)는 급기야 9일 잠실 한화전에서 타순이 8번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보어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1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할지, 2군에서 재정비할 시간을 줄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보어의 부진이 심각했다. 하루라도 빨리 타격감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보어는 8번타자로 나온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절치부심을 했는지 시원한 만루홈런을 폭발했다. 1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라이언 카펜터의 132km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들어오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홈런포. 비거리는 129.7m(구단 트랙맨 데이터 기준)로 나타났다. LG는 보어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6-1 리드를 잡았고 8-1 완승을 거두면서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온 케이시 켈리는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으면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째를 챙겼다. 1회말 보어의 만루홈런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켈리는 만루홈런을 터뜨린 보어를 축하하기 위해 다가갔는데 의외의 광경을 목격했다. 평소 훈련 때는 동료들을 즐겁게 하는 역할을 하는 보어였는데 이날 만루홈런을 치고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오죽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웃음까지 잃은 것일까.
켈리는 "보어가 만루홈런을 치고도 웃지 않더라. 가만히 있길래 '웃어도 된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보어의 만루홈런이 나와서 놀랐다"는 켈리는 "보어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진 선수다. 최근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보어의 훈련 태도와 자세, 긍정적인 성격이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매일 열심히 훈련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라고 동료애를 보였다.
경기 후 보어는 "공을 정타로 강하게 치려고 생각했다. 주자가 꽉찬 상황이었고 앞에서 김현수가 먼저 2타점을 올려서 1점이라도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운 좋게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면서 "야구는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하는 운동이다. 이것저것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노력하고 있다.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타석에서 이전보다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타순은 어디에 배치되든 항상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어가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읽을 수 있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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