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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베일에 싸인 킹스맨의 탄생 비화가 프리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전작이 두드러지게 강렬해서일까. '킹스맨' 시리즈 특유의 재치, B급 유머, 괴이한 액션 신은 온데간데없이 아쉬움만 짙게 남았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킹스맨: 골든 서클'(2017)과는 전혀 결 다른 서사를 펼쳐나가며 프리퀄의 한계를 보여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인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을 운영하는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은 아내(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와 제2차 보어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보급품을 전달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영국 군영으로 향한다. 이때 전투가 벌어지고 옥스포드의 아내는 남편에게 "콘래드가 다신 전쟁을 보지 않게 지켜달라"고 유언한 뒤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아내를 잃은 옥스포드는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전쟁에 극구 반대한다. 반면 콘래드는 뜨거운 정의감을 지닌 청년으로 자라 정의 실현을 위해 전쟁에 나서려 한다. 옥스포드는 아들에게 가문의 집사 숄라(디몬 하운수), 유모 폴리(젬마 아터튼)와 결성한 킹스맨의 존재를 털어놓는다.
킹스맨의 일원이 된 콘래드는 옥스포드, 숄라, 폴리와 라스푸틴(리스 이판)의 행적을 파헤친다. 비밀 조직 플록에 몸담고 있는 라스푸틴은 이익을 취하려 전쟁을 부추기는 괴승이자, 러시아 황제의 신임을 등에 업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비선실세다. 손놀림 몇 번과 기도로 병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하는 사건이 대전쟁의 신호탄이 되고, 콘래드는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친 채 격전지로 향한다.
영화는 크게 제1차 세계대전과 라스푸틴에 대립하는 킹스맨 조직의 서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자가 엄숙한 역사적 사건을 함축적으로 짚어나간다면, 후자에서는 악의 근원과 본격적으로 맞서며 전작의 문법을 밟는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거대하고 대서사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매튜 본 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대규모 전쟁을 극사실적으로 스크린에 펼쳐내며 경이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다만 일찍이 기대 요소로 꼽혀온 액션 신은 예상 가능했던 범주를 맴돈다. 전작에서 보여준 독창적이고 유쾌한 액션은 쏙 빠지고 따분함만 남을 뿐이다. 발레 동작을 연상시키는 라스푸틴의 액션 시퀀스는 매튜 본 감독의 고심 흔적이 역력히 느껴지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뚫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탓에 다소 과하고 당황스럽다. 전작 오마주를 뻔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아쉽다.
그럼에도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디몬 하운수 등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킹스맨의 핵심 전략가 폴리를 연기한 젬마 아터튼은 뛰어난 기지를 갖춘 명사수로서의 장기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십분 발휘하고, 새로운 얼굴을 통해 위트 있는 대사를 툭툭 내뱉으며 관객을 유혹한다. 베테랑 랄프 파인즈의 감정 연기 또한 훌륭하다. 그의 부성애는 참았던 눈물을 쏟게 만든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 타임 130분,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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