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 3가역의 몸값’이 13일 하룻동안 서울시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신한카드로부터 8억 7,400만원을 받고 ‘부(副)역명’을 판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신한카드와 을지로 3가역, 아모레퍼시픽과는 4호선 신용산역의 부역명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을지로 3가역의 부역명 판매 가격은 8억 7,400만원으로 지금까지 계약 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고, 신용산역 부역명은 3억 8,000만원에 팔렸다.
공사는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쳐 주 수입원인 운송수입이 대폭 줄어들자,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역명 병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역명 판매 사업은 입찰 계약을 통해 지하철역 이름 옆이나 아래 괄호 안에 인근 기관과 기업, 학교, 병원 등의 이름을 부역명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역명은 3년 동안 쓸 수 있고, 1회 연장 가능하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나 기관은 해당 역사의 외부 안내판과 승강장, 안내방송 등에도 부역명을 표출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공사는 지난해 8월 을지로4가역과 역삼역 등 8개 역의 부역명을 판매했다. 을지로4가역은 BC카드, 역삼역은 센터필드, 내방역은 유중아트센터와 계약을 맺었다. BC카드와 센터필드는 각각 2억 2,000만원, 2억 3,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민들은 이 같은 ‘부역명 사업’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주요 포털 뉴스 댓글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먼저, 옹호론은 “공사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기업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일거양득의 좋은 아이디어”, “영구적으로 정식 역명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단기간 동안 부역명으로 사용하는데 무슨 문제냐”는 등의 주장을 편다.
하지만 대다수 의견은 “부실한 정책이 낳은 괴물 같은 사업이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같은 사업이다”, “부역명 판매 가격의 수준이 과연 합당한 가. 거품 아니냐”, “노인들 무료승차 연령을 75세 이상으로 상향 시켜라”는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 중구 무교동에 근무하는 회사원 최모(58)씨는 “서울 지하철 재정 악화 문제는 부역명 판매사업을 통해 땜질식으로 해소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인상과 부정적인 여론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무임승차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거나 서울시민의 세금을 통한 공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등 정부와 국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이 정책적, 법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사는 그동안 정부에 적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한 보전과 6년째 동결중인 지하철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을지로 3가역 근처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모(48)씨는 “을지로 3가역의 신한카드역 부역명 판매 금액이 9억원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공개입찰이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이 같은 금액이 나오게 되는 근거가 궁금하다”면서 ‘거품론’을 제기하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사 측은 어려운 재정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사업을 확대하여 추진할 예정이고 서울시도 이를 활성화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앞으로 ‘을지로 3가역(신한카드역)의 몸값’을 뛰어넘는 부역명이 새롭게 탄생할 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설명:BC카드가 부역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 4가역 내부 모습]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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